어느 사이 나의 나무
흰 구름 불러 내
잠시 바람의 부재를
스스로 달래 가며 지탱함을 보았습니다
멀리서 줌을 당겨 손을 뻗어
쓰담 쓰담하는 하루입니다
칠 년을 기다린 목숨은
나무에 붙어 목울대를 뽑아 허공에
갈라대며 귀 옆에서
이명을 조롱하고
세금 납부 날짜 지난
하루가 총총거린
하늘 구름은 이곳저곳
바쁘게 얼굴 내민 하루
내내 바람에 시달렸던
체육관 정원 깃대에
태극기는 무더위에 지친 듯
시체처럼 깃대봉에 납작 붙어
있습니다
여름은 성업 중 간판을
내걸고 손님 들랑거리는 길목마다
흐느적거리고 끈적이는 대지
푹푹 삶아내며 뽀글거리는 온천탕
《여름날 표정》ㅡ은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