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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에서 2023년 동대문 여름

by 은월 김혜숙


옛 운동장과 함성은 간데없고

패션 거리 문화의 거리라 하는데

웅성웅성 들리는 소리는 각국의 언어

길거리 김밥과 우유 아이스케키 소리는

어디 가고 이국의 차와 음복 거리가

갓 쓰고 치마저고리 입고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휙 지나가는 듯

하더니 이젠 시외버스정류장도 오간데 없고

육중한 타워 안에 우르르 낯익지 않은

노랑머리 뽀글 머리 각가지 색의 얼굴빛이

오고 간다

구렁이 누운 듯 거대한 옛 야구장은

은비늘 감고 누워 납작 절하고

한여름의 소낙비는 홍수처럼 내려

길마다 흥건하는데


걸음걸이 어정쩡한 나이가 되어

옛것을 되새기는 것도 이젠

얼마 안 남은 걸음


시간이 초고속을 달려

희끗한 세월 앞에 장사 씨름 져버리는

그런 멈춤이 왔다


더 어디까지 갈 것인지

어디까지 온 것인지 모르지만

갈 길이 저 앞 숫자 세기

현재는 너무 멀리 옴에 아쉬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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