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서녘 하늘 붉게 타고

by 은월 김혜숙


하루를 다 써먹고

한나절 매미는 온종일

고함치는 날 계속


힘차게 떠들던

목청에 기름칠 안된

힌 창인 양 잠깐씩 여닫는

베란다 문을 열 때마다

쉰 소리와 잡소리 들린다


뜨겁게 삶아

푹푹 익은 지면 위에

서있던 나무들

퇴근 준비운동

오른발 왼발 들썩이며

하루를 털어 내는 동안

가벼이 손잡은 그늘



고된 여름 한낯은

서녘 아차산 산마루에 걸렸다가

이 시간 몸 식히려

서로서로 챙기는 귀갓길 부산하다


그렇지

견디고 산다는 것도

함께라는 위안 있어

참아낸다는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경기일보]에 또 3시집 기사를 내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