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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보낸 편지

by 은월 김혜숙




가을이 쓸쓸하다 해서 슬프기만 하겠는가
만삭의 가을 저 과실에 어찌 고맙지
않을 것이며

배신하지 않는 다시 온 계절은

꼭 안고 가지 끝부터 다리목 아래

복숭아뼈까지 붉게 휘휘 둘러 설레게 하였으니

바람은 혼자 있기 싫은 낙엽의 마음
마당 한 바퀴 끌고 갔다 발밑에 모아둔다

한동안 온 세상에 베풀다 갈 마음이지만
끝없이 내주고 한편씩 한편씩 이별편지
던져두면 어느 누구든 받아 들 이른 봄

답장을 기다리는 긴 날

고운 싹에 연서 당신으로 부터 받아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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