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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공원에서

by 은월 김혜숙

금빛으로 들어가는 나무들과

붉은 붓질 바른 나무들이

서로 껴안고 모란공원에서

누군가를 기다린 흔적


생을 떠나 멀리 간 그들의

둥지는 햇빛에 반사해서

춥지는 않겠다 싶은 것이

가을치곤 날씨가 참 좋다

모녀가 뒷짐 지고 저만치

빛 가운데에 걸어와서

서로 부추기고

미술 조각품 사이로

개구쟁이들이 소풍 와서 뛴다

세월을 꿰맨 잔디 위에

낙화의 시간과 조각상들

멈춘 날을 하나하나 세고 있었고

카메라를 든 손의 무게와 떨림

의욕은 점점 앞서는데

쇠락한 기운은 한없이 더디 가고

가을 햇살은 슬그머니 의지의

지렛대로 받쳐주고 있었다



*모란공원 -1966년 조성되기 시작한 남양주시 화도읍의

사설묘지이며 민주화운동 관련자가 많이 매장된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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