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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갈수록

by 은월 김혜숙




긴 세월 내게 힘이 되고

살결에 피를 돌게 하던 존재로부터


세월 강 세월 들 세월 산

하늘과 바다는 멀리

계절은 돌고 돌고 몇 바퀴 도는 동안


철부지 어린 난 어리광에 살다

다 큰 나무가 되어도 푸른 나무일뿐

제대로 된 뿌리도 제대로 된 이파리도

가졌다 할 수 없는 때에도

발걸음 자박자박 등덜미 토닥이던

손길을 차분히 받아 내지 못했는데

그해 봄 당신은 홀연히 가시고


신불산 능선 억새는 하얗게 되어

파르르 소리 냈는데

작천정 옛 시인의 노래 끝나기도 전

내게 시를 읊으며 곡소리하라는

냇물은 지금 이 시간 꽁꽁 얼어

간 사람의 소식이 이와 같으니

그리우면 그리운 데로

그렇게 살아지라 합니다


멀리도 가까이도 어른거리는 당신

살아질수록 더 깊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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