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입구

by 은월 김혜숙


붉게 붉게 등불을 켠 자신을 보고 있자니


아차산은 내게로 향해 빙긋이 웃고


.


바라보는 쪽이 딱히 정해진 것은 아닌데


그께로 가는 하늘가 날갯짓은


한없이 태평양을 건너가는 무게로


꾸역꾸역 지나쳐 가는 기러기 마음


.


헐벗지 않으려고 옷가지를 움켜쥐고


있다가 끝내 내주면서 발등만이라도


동절기를 견디겠다고 차곡차곡 덮어내는


그 초겨울의 입구 간판은 하얀 집이라고 한다


손상된 외장 하드 자료가 날아가고 난


하얀 겨울 눈발


.


《초겨울 입구》ㅡ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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