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 이후

by 은월 김혜숙




시간이 한없이 흘러
삶을 흐지부지 살아
이제 터질 대로 터져
꿰매려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말라서 흔적으로
남아 일평생 못한 것과
할 것만 조금 남았다

할 것이 딱히 있다 해도
살다가는 민폐만 아니면
된다

살아온 것이 다 내 욕심이었고
살아가는 것이 또 남은 민폐

일흔 이후는 남기지 말고
조금씩 버리고 홀가분하게
숲처럼 자연처럼 그림처럼

이른 이후
잊은 이후
잃은 이후
생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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