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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뎌내는 길

봄이라는 이름을 위하여

by 은월 김혜숙

갈 길이 바쁜 시간은

멀리 두니 저만치 앞서가고

계절은 점점 경계선을

벗어나려고 애쓰고

잠재된 구석진 곳에선

무언가 슬금슬금 벗기 시작한다

.

온통 벗고 나면 알몸이었다가

오들오들 떨며 살결에 돋는

얼음 자국에 엉엉 울다

지쳐서 깊이 잠들고 깨어나더니

또 다른 어딘가에 닿다가

.

앙칼지게 붙잡고 두 손 모아

신께 숨구멍 하나하나 점지

받고 겹겹의 살갗에 도포된

절대적인 생의 각질

그 인내의 길을 참아내며

그 절정을 보려면 다 잊을 수 있듯

그 광활한 공간을 채워가는

그 온화한 햇살 속에 뽀올 속 내밀

씨알의 생 그 짠함을 생각한다

.

[ 견뎌내는 길 ] ㅡ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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