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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월 김혜숙 Jul 07. 2024

유행

언제인가부터 술이
동나도록 텃밭에 들랑거리는
주당들 놀이터에 약방이 들어섰다
텃밭에 나는 것은 전부 발효해서
주당들 술잔에 보약처럼 타서 들이켰다

어느 순간 소태 같은 
여드름 덕지덕지한 푸른 여주가
좋다 하더니 작년 그러께부터
여주가 농장에서 주당들 선물이다
그러나 익어서 툭 터진 주둥이
벌리고 붉은 이빨 보이기 시작하면
거들 떠 보지 않는다

우리에게도 시대를 저버리고
때를 놓치는 일은 참 초라해진다

설탕 발효 식초 발효 말려 차로
모든 것은 때와 유행이라는 것

그러나 유행을 따르고 때를 
탄다는 것도 그 또한 못할 일 
현실이 처한 대로 내 소신껏 
내 소질에 맞추어 사는 것이 정의
세상은 유행에 민감해도 
그 본질 자체는 변하지 않듯 
초라한 표면의 삶이라 한들 
어떠하리, 또 한 번 유행이 가면
필요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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