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의 고향집은
식솔들이 우르르 바리바리
손에 들고 오는 물건보다
반가운 얼굴 한번 보는 날
.
현관 댓돌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신발 중 하나
마당에 개가 물고
숨겨버린 가난
돈 못 버는 아들의 케케묵은
구두 한 짝 볏단에 숨겨진
거름 향에 섞인 그 냄새를 쉽게
찾을 수 있어 어머니는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
추위에 밤새 별이 쏟아지듯
고향집 다복한 부유란
그렇게 가난한 집 둘레를
감싸고 웃음이 쌀을 씻고
.
휘영청 밝은 둥근달은 흔들리는
굴뚝을 끌어안고 차가운 방구들을
데운 어머니는 사랑 하나 더듬고
사랑 하나 토닥이다 새벽닭이 울자
슬렁 술렁대는 새 떼를 맞이했다가
훨 날아가듯 뜰이 한둘 훵 비워낸다
.
모두 쏙쏙 빼가고 해는 중천에
들 때쯤 아랫목에 벽장을 보고
누워있는 텅 빈 고향 집
.
.
《 고향집 》ㅡ은월
#은월1시집
#어짜자고꽃98_99p
#해설_공광규
#도서출판_움
ㅡㅡㅡ
온가족이 모인 날
어린 날 외가댁 추석명절
시골 풍경 돈벌이 갔다 빈손으로 온 외삼촌이 명절 쇠러오고
.
부엌에서 나온 외할머니가 생각났다는
울 엄마 옛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