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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내게 남을 사랑

by 은월 김혜숙

지하철을 탔습니다

어느 만큼 가다 보니

철교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런 후 저문 강 위에 전철 철교를

지나며 멀리 꽃 무리를 보았습니다


강물에 떠 있는 꽃잎에

마음 뺏겼습니다


문뜩

못내 꽃 피움도 못내 낙화도

다 내게서 너에게로 흘러감은

봄이라는 것이 잠깐 머문

그 가슴에 북을 치는 일이고

눈에 물기둥을 치올리는 일이라는 것인가 싶었습니다


그 꽃잎에 먼 이국 세상의

희열을 꿈꾸듯 가뿐히 올린

공중부양같이


또 꽃 터널을 지나면서 목이 터져라

부르는 오페라 주인공 솔로곡의 핏발이 서는

3단 옥타브 빼 올려가며

지면으로 내리는 꽃잎이

밀려갔다 몰려와

절정을 지금 이루는 것에 취했습니다


되돌아 생각하니

사랑이 서툴러 미안했고

사랑이 미련해 죄스럽고

사랑할 줄 몰라 원망받은 날 숱하게 지나왔습니다


그렇다고 사랑을 할 줄 몰라

멍청하게 산 것을 어쩔 것인가,

다 내가 만든 꽃이고 내가 본 사랑이 전부로 살아왔으니

그렇게 일생 나름 살다 저 꽃이 내 꽃이고

내가 본 못나고 몹쓸 꽃이어도 사랑이라 하겠습니다



https://youtu.be/0grU7Vh0J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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