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루에 걸린 안개구름
밀당놀이 중이더니 어느덧
아기 구름 종종걸음 재촉하며
아장아장 걸어 살포시 산화하는
하늘 아래 잠자리 떼 모여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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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노을 마중 나오는 들녘
벼들의 젖니 하얗게 전구 불을
밝히고 백로의 깃발은 너 울 너 울
힘주어 맴돌다 마지막 공연 마치자
사랑이 쏜살같이 왔다
안개 쫓아가버리니 허무가 쏟아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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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십육 년 함께한 고양이
슈슈는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
엊그제 심어둔 연연한 꽃밭에
이별을 알리는 땅울림 속에
설악초도 하얗게 눈물 흘려주나니
등 돌려 서서 울던 깨 꽃도 때를 아는
계절 앞에 자리 터는 엉덩이 끝이 보이고
너와 나의
텃밭은 서서히 어수선한 이삿짐 늘어지네
.
《여름과 가을사이 그리고 십육 년》 -은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