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지 못하는 것들

by 은월 김혜숙

팔월의 마지막 주 칠석날
어제는 내내 훌쩍이던 슬픔이
발아래로 걸어 들어가고
풀벌레는 이별의 긴 푸념을
늘어놓고 내 능선의 소나무는
오늘따라 유난히 수척해 보입니다
.
계절도 아직 문밖에서 서성일
뿐인데 체육관에 육중한 나무에
우듬지엔 가을빛이
보이고 난 벌써 내 몸에 가을을
입어 묵은 살이 빠져 체중계는
몇 키로쯤 도망쳐 갔습니다
.
베란다엔 벌써 봉숭아 꽃씨를
받아 그 세월의 알갱이를 널어
다음 생을 준비해 두는 손길의
기특한 정성을 보며 그런
아름다움이 내겐 왜 없는 것인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난 가까운 자연을 곁에 두고도
자유하지 못하고 삽니다
.
그 처럼 내게 자연은 손대기가
무서운 것 다시 말하면 내게 와서
죽어가는 자연이 죄스럽고
버거운 책임 같은 것입니다
.
화초 하나 집에 놓고 못 길러
말라죽게 하는 사실이 모두가
나에게는 범죄뿐입니다
.
이 가을에도 난 멀찌감치
그들을 견주어 바라볼 뿐
내 스스로 어떻게 해보려
하지 않을 겁니다

.
그것은 오직 내 소중함을
잃을 것의 염려 그것 아닐까
하는 강박감이겠지요
하지만 난 나이고 그는 그입니다
.
《 손대지 못하는 것들》 ㅡ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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