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에서 분노와 화를 가라앉히는 기술은 현대인에게 필수적인 덕목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그 과정을 내면화하고 나의 기질과 성향에 맞는 방법을 정리하기 위함이다. 운전대를 잡다 보면 우리는 매일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친다. 그중에는 규칙을 지키고 배려하는 이도 있지만, 난폭하고 무례한 운전자도 있다. 짙은 썬팅 뒤에 숨어 익명성을 확보한 채, 사회적 예절을 무시하고 본색을 드러내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내가 화를 느끼는 순간은 분명하다.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지키는데 그 간격을 끼어들 틈으로 여길 때, 깜빡이 없이 차선을 바꿀 때, 고속도로에서 바짝 붙어 압박할 때다. 내가 흐름을 방해하지 않음에도 레이싱 경기처럼 차선을 바꾸며 과속하는 모습, 사거리에서 직진차를 무시하고 위험하게 우회전하는 모습, 창문을 열고 담배 연기를 흩뿌리며 위화감을 조성하는 태도 역시 불쾌하다. 이런 행동들은 상식과 배려만 있다면 피할 수 있지만, 그 선을 넘기에 불편함을 준다.
문제는 잘못의 원인은 그들에게 있지만, 화는 내가 받는다는 점이다. 이 불공평함이 나를 더 자극한다. 젊을 때는 경적을 울리고, 창문을 내려 항의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아내의 말대로 화를 낸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고, 남는 건 내 기분의 상함뿐이다. 머리로는 알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면 감정을 누르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믿는다. 잘못된 행동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평소 난폭한 운전을 하는 사람은 결국 그 습관 때문에 사고를 피할 수 없다. 안전거리를 무시하는 사람은 앞차가 급정거하면 부딪칠 수밖에 없다. 내 처남인 형님이 “같은 부류끼리는 양보가 없어 크게 사고 날 수 있다”라고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어쩌면 그들의 무례함이 업보가 되어 스스로 불운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들의 불운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같은 부류가 되지 않기로 결심한다.
난폭 운전자의 심리를 분석하면, 충동 조절 미숙과 참을성 부족이 뚜렷하다. 도로를 ‘공유 공간’이 아닌 ‘자기 소유물’처럼 여기는 자기 중심성, 고성능 차량이나 사회적 지위를 근거로 한 오만함도 있다. 일상의 스트레스와 열등감을 운전으로 해소하려는 보상 심리, 도로 위의 익명성도 그 배경이 된다.
이런 사람들을 마주할 때, 나는 먼저 나를 돌아본다. 비슷한 행동을 한 적이 없는지, 내 안에도 그런 충동이 없는지. 그리고 운전대를 잡은 나와 그들은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임을 기억한다. 도로는 경쟁에서 이기는 곳이 아니라 무사히 도착하는 곳이다. 운전을 잘한다는 것은 속도를 높이고 끼어드는 기술이 아니라, 동승자를 위해 부드럽게 가속하고 급브레이크를 피하는 것이다. 나아가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운전 실력이다. 잠시 마주친 사람의 무례함 때문에 내 하루의 평온을 흔들리게 허락한다면, 나는 그들의 의도에 놀아나는 셈이다.
진정으로 그들과 다른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화를 통제하는 운전 기술을 익혀야 한다. 이 기술을 배우지 못했다면, 운전 경력이 10년이 넘어도 초보 운전자에 불과하다. 오늘도 나는 도로 위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내 옆 사람의 평온을 위해, 화를 다스리는 연습을 계속한다. 그것이야말로 운전의 목적지이자, 내가 지켜야 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