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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다는 것, 삶의 철학

by 신아르케

우리는 흔히 먹는 일을 단순한 생리 현상으로 여긴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무엇을, 언제, 어떻게 먹느냐는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임을 깨닫게 된다.

음식을 입에 넣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한다. 지금 내 몸이 그것을 소화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먹은 만큼 움직이며 에너지를 쓸 의지가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정해진 식사 시간일지라도 잠시 비워 두는 편이 현명하다. 공복은 결핍이 아니라 회복의 시간이다.

나 역시 저녁 여섯 시 이후에는 음식을 먹지 않기로 결심했다. 저녁 무렵 속이 가벼워지고, 밤에는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아침의 공복은 몸을 새롭게 일깨우고, 점심은 오히려 더 맛있어졌다. 이 작은 실천이 내 몸과 마음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생각해 보면 위와 장도 기계와 다르지 않다. 쉴 틈 없이 혹사하면 결국 고장이 난다. 풍요 속에서 사는 현대인은 자신을 모르게 학대한다. 끊임없이 먹으며 위장을 혹사하고, 그 대가로 각종 질환을 얻는다. 그러나 일정한 비움은 장기에 숨을 고르게 하고, 새로운 음식이 들어왔을 때 활력을 불어넣는다. 결국 공복은 숙면을 돕고, 깊은 잠은 다시 맑은 정신으로 이어진다.

행복한 삶은 이런 단순한 원리 위에 세워진다. 무엇을 언제 먹는가, 얼마나 자는가, 어떻게 움직이는가—이 기본적 물음 속에 건강과 만족이 달려 있다. 젊을 때는 무절제가 허용되지만, 나이를 넘기면 더 이상 그렇지 않다. 늦기 전에 식습관·수면습관·운동습관을 바로 세우는 것, 그것이 남은 삶을 건강하고 풍요롭게 살아가는 길이다.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몸을 돌보고, 삶을 지키며, 나를 다스리는 하나의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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