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화와 분노를 대하는 방식은 참는 것이다. 화가 일어날 때 억누르고, 인내하는 것을 덕목으로 여긴다. 그러나 억제만으로는 문제가 남는다. 억눌린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틈만 나면 얼굴을 내밀며 일상의 집중력과 수행능력을 방해한다.
차라리 불의한 상황에서는 정당하게 화를 표현하고, 뒤끝 없이 감정을 흘려보내는 것이 정신 건강에 더 이로울지도 모른다. 억눌림만이 답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표출하는 것도 위험하다. 중요한 것은 건강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조절하는 일이다. 상대가 무례할 때, 불공평한 대우를 받을 때, 당당히 불쾌감을 드러내는 용기는 필요하다.
그러나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 걸음 더 근본적인 접근이다. 애초에 화가 쉽게 일어나지 않도록 몸과 삶을 가꾸는 일이다. 인간은 영적이고 정신적인 존재이지만 동시에 연약한 육체를 가진 동물이다. 우리의 감정은 신체의 컨디션에 크게 좌우된다.
똑같은 상황도 몸이 건강할 때는 별것 아닌 일로 넘어간다. 하지만 피곤하거나 체력이 떨어지면 사소한 자극에도 불같이 화가 치민다. 이는 신체의 항상성이 깨지고, 호르몬 분비가 불규칙해지며, 호흡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결국 신체의 고통이 분노라는 감정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따라서 화를 다스리는 방법은 억제나 분출 이전에 생활의 토대를 세우는 데 있다. 규칙적인 수면, 절제된 식사,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을 길러 화의 역치를 높이는 것이다. 몸이 단단할수록 작은 자극에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체력 관리가 아니라, 영성을 지탱하는 길이기도 하다. 영적인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먼저 건강한 신체를 갖추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달린다. 땀 흘리며 몸을 다스리는 그 과정이 곧 내 마음을 다스리는 과정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위장을 위해 금식하고, 다시 좋은 음식과 적절한 양의 식사로 몸을 돌본다. 작은 생활 습관들이 쌓여 내 감정을 지탱하는 힘이 되고, 결국 나를 보다 성숙한 인간, 보다 평온한 영적 존재로 이끌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