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영상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인간은 감각 기관 중에서도 시각이 가장 발달해 있기 때문에, 세상을 주로 눈으로 받아들이고 인식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주목은 곧 돈이 되기에, 콘텐츠 제작자들은 우리의 눈길을 붙잡기 위해 경쟁한다. 그 결과 영상은 점점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며, 강렬한 이미지로 채워진다.
우리가 그런 영상을 클릭하는 이유는 뇌의 보상 회로가 도파민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즉각적인 쾌락을 얻기 위해서다. 그러나 쾌락에는 늘 대가가 따른다. 강한 자극은 우리를 과도한 각성 상태로 몰아넣고, 신체의 항상성을 깨뜨린다. 호흡은 불규칙해지고, 마음은 안정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쾌락은 금세 적응된다. 같은 만족을 얻기 위해서는 더 큰 자극을 요구하게 되고, 결국 점점 더 격한 영상에 끌려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행복을 얻으려 했지만 오히려 피로와 산만함, 심지어 고통에 가까운 상태를 경험한다.
이러한 자극은 일상의 집중력도 무너뜨린다. 중요한 일을 하다가도 불쑥 강렬한 이미지가 떠올라 생각의 흐름을 끊는다.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은 감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차분하고 평온한 상태를 원하지만, 오히려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감정으로 이끌린다. 이는 행복을 추구하려는 우리의 바람과 정반대의 결과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단순히 금지하거나 억누르는 것이 아니다. 지혜로운 선택과 절제가 필요하다. 우리는 어떤 영상을 볼지 선택할 자유가 있다. 그러나 그 자유는 책임을 동반한다. 영상을 클릭하기 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 짧은 쾌락 뒤에 찾아올 대가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스마트폰을 통해 손쉽게 수많은 이미지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 절제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모든 쾌락에는 비용이 따른다. 그 비용을 의식할 때, 우리는 비로소 더 평온하고 집중된 삶을 선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