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도파민을 ‘쾌락의 호르몬’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더 정확히 말하면, 도파민은 우리가 무언가를 원하고 추구하도록 만드는 신호다. 뇌의 보상 회로에서 분비되며, 어떤 행위를 반복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도파민의 분비가 불균형해지면 우리는 쉽게 무기력해지고, 삶의 활력이 줄어든다.
도파민의 분비는 일정한 법칙을 따른다. 절제와 결핍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뇌는 작은 자극에도 크게 반응한다. 며칠 굶은 뒤 먹는 소박한 식사는 꿀맛이 된다. 군 훈련소 시절, 초코파이 하나와 콜라 한 캔이 소원이던 순간을 나는 잊지 못한다. 이병 시절, 한낮에 대자로 누워 쉬어 보는 것조차 간절한 바람이었다. 일정 기간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자극에서 멀어진 상태, 즉 절제 속에 있을 때 우리는 작은 것에서도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는 중요한 역설이 숨어 있다. 더 많은 쾌락을 좇을수록 우리는 만족하기 어려워진다. 뇌가 강한 자극에 익숙해지면, 더 큰 자극이 아니고서는 기쁨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악취가 처음에는 견디기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코가 적응해 아무렇지 않게 되는 것처럼, 우리의 뇌도 자극에 적응한다. 마약 중독이 바로 이 원리다. 결국 행복을 위해 쾌락을 추구하지만, 한계점을 넘어가면 건강을 해치고, 쾌락은 오히려 고통으로 변한다.
이를 막는 길은 오직 하나, 절제다. 일정 기간 자극을 끊어내는 ‘도파민 단식’은 뇌의 민감도를 회복시켜 작은 일에도 감사와 행복을 느끼게 한다.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들을 새삼 소중히 여기게 하며, 삶의 감각을 되살린다.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절제가 반드시 삶의 루틴이 되어야 한다. 소박한 삶이야말로 우리를 행복으로 이끄는 길이다.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많은 향락을 누리는 것은 오히려 우리를 불행으로 이끈다. 이 얼마나 역설적인가.
그러나 절제는 단순히 쾌락을 버리라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도파민이라는 보상 회로를 지혜롭게 활용하는 방법이다. 독서, 운동, 공부 같은 활동들은 즉각적인 도파민 분출이 적지만, 삶의 근본을 성장시키는 힘을 준다. 반대로 자극적인 영상 시청이나 게임, 고칼로리 음식은 강력하고 즉각적인 도파민을 제공하지만, 그것에만 자신을 노출시키면 뇌의 역치는 점점 높아지고, 결국 유익한 활동들은 더 하기 싫어진다. 삶은 무기력해지고, 더 큰 자극만을 원하게 된다.
그렇다면 지혜로운 길은 무엇일까? 나는 먼저 나를 성장시키는 활동부터 실천한다. 독서와 공부, 운동 같은 도파민 분출이 적은 활동을 일정 시간 꾸준히 하고, 그 뒤에 보상으로 좋아하는 활동을 배치한다. 이렇게 하면 도파민의 보상 체계를 거슬러 싸우는 대신, 나를 발전시키는 쪽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절제와 보상의 균형을 세우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탁월함을 향한 길도 걸을 수 있고, 동시에 소소한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행복은 더 많은 자극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절제를 통해 작은 기쁨을 되찾을 때 우리는 진정으로 행복해진다. 절제는 결핍이 아니라, 감각을 되살리는 기술이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화려한 향락 속이 아니라, 소박함 속의 충만함을 발견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