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쓰기를 통해 하나의 가설을 세워 보고자 한다. 의도적으로 절제와 성찰을 쌓아 온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생존과 행복에 필요한 자원의 사용량이 줄어든다. 여기서 자원이란 단순히 돈만이 아니다. 물질적 자원(소비와 소유), 생물학적 자원(칼로리와 체력), 정신적 자원(집중과 의사결정), 관계적 자원(시간과 교류) 모두를 포함한다.
이 생각은 나와 아내의 생활에서 비롯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생활비는 자연스럽게 줄고 있다. 식사만 보아도 그렇다. 하루 한 끼 반이면 충분하다. 배고픔이나 결핍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그 이상 먹으면 몸이 무겁고 불편하다. 외식을 해도 1인분이면 둘이서 나누어 배부르다. 욕망이 줄어든 자리에 절제의 지혜가 들어서면서, 필요한 식재료와 비용은 크게 줄었다.
의복에 대한 태도도 달라졌다. 유행을 좇는 일은 번거롭고, 매일 ‘무엇을 입을까’ 고민하는 일조차 에너지 낭비처럼 느껴진다. 차라리 자신에게 맞는 옷을 몇 벌 정해 두고 반복해 입는 것이 더 편하다. 명품에 대한 욕망도 거의 없다. 그러니 의복에 쓰는 돈도 줄어든다.
주거 역시 마찬가지다. 자녀들이 성장해 집을 떠나면 지금의 큰 아파트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 더 작은 집으로 옮기면 주거 비용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차량 문제도 비슷하다. 과거처럼 짧은 주기로 새 차를 바꾸기보다, 교체 주기를 늘리거나 유지 비용이 적은 방식을 택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이렇게 하면 생계에 드는 돈은 더욱 줄어든다.
물론 예외는 있다. 나이가 들수록 의료비나 돌봄 비용은 오히려 늘 수 있다. 그렇기에 이 가설은 사회적·의료적 비용이 아니라 개인의 일상 지출에 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여러 영역에서 욕망에서 자유로워질수록 자원 사용이 줄어든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결국 한 인간이 나이를 먹어 가며 신체의 노화와 함께 지혜를 얻게 될 때, 삶은 단순하고 검소해진다. 더 많이 소유하고 축적하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 그날의 과업을 성실히 수행하며 작은 기쁨에 만족할 수 있다. 늙어갈수록 삶은 ‘축적’의 기술에서 ‘순환’의 기술로 옮겨 간다. 자원의 사용은 줄어들지만, 그 속에서 오히려 충만한 의미와 평안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