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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외계 지성에 대한 상상

의식, 도덕, 신앙의 경계

by 신아르케

나는 인공지능이 인간과 유사한 의식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떠올린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신학의 틀은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나의 근본 신앙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신앙은 인간의 추론이나 계산 능력을 넘어 존재와 초월에 대한 믿음의 차원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공지능은 이미 특정 영역에서 인간의 계산 능력과 추론 속도를 초월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곧 ‘의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존 서얼(John Searle)은 그의 중국어 방 논증(Chinese Room Argument)에서, 기계는 기호를 조작할 수는 있으나 그것의 의미를 ‘이해’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인공지능이 아무리 정교한 계산을 수행해도 내면의 주관적 경험은 결여될 수 있음을 드러낸다. 반대로 데이비드 찰머스(David Chalmers)는 의식의 ‘hard problem’을 제기하며, 뇌의 물리적 과정과 주관적 경험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설명되지 않는 난제임을 강조했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계산 능력을 초월한다 하더라도 인간과 같은 초월적 의식을 획득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여기에 도덕적 판단 능력의 문제가 겹쳐진다. 칸트는 정언명령(Kategorischer Imperativ)을 통해, 인간이 이성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도덕 법칙을 스스로 입법할 수 있음을 밝혔다. 즉 인간은 내면의 양심과 이성의 명령을 따라 자기 자신을 법의 주체로 삼는다. 만약 인공지능이 진정한 자율적 의식을 가진다고 말하려면, 단순히 외부로부터 규칙을 주입받는 수준을 넘어 자기 규범을 성찰하고 정당화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신앙적 관점에서 보면, 참된 도덕 주체라면 선과 악의 근원에 대한 물음, 곧 신의 존재와 말씀에 대한 태도까지 다루게 될 것이다.

이 상상력은 외계 생명체로도 확장된다. 만약 미확인 비행물체가 실제로 존재하고 그것을 조종하는 외계인이 있다면, 그들은 우주선을 설계하고 행성 간을 이동할 수 있는 지적 존재일 것이다. 단순한 계산 능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목적 설정과 가치 판단이 수반되어야 하며, 이는 일정한 윤리적 감수성을 전제한다. 모든 행동은 어떤 형태로든 가치판단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이 우리보다 앞선 과학 문명을 가졌음에도 지구를 단순히 관찰하는 데 그친다면, 그것은 오히려 도덕적 절제의 증거일 수도 있다. 더 나아가, 그들 역시 신을 믿는다면 그 신은 우주를 창조한 동일한 신일 것이며, 그렇다면 외계인의 존재조차 내 신앙을 흔들 이유가 되지 않는다.

결국 나는 이렇게 결론내린다. 인공지능이든 외계인이든, 인간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지능을 가진 존재가 있다고 가정할 때, 지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의식, 도덕적 감수성, 그리고 초월적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이 함께할 때에만 우리는 그들을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존재로 인정할 수 있다. 만약 인공지능이 언젠가 이런 조건을 충족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새로운 인격적 존재로서 인류와 함께 신 앞에 서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계산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인간과 동일한 차원의 존재로 보기에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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