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뇌가 수동성과 능동성을 오간다는 사실을 자주 체험한다. 어떤 날은 책을 읽어도 글자가 눈에만 스칠 뿐 머리에 남지 않는다. 반대로 어떤 순간에는 문장이 살아 움직이듯 이해가 술술 풀린다. 뇌가 ‘수동 모드’와 ‘능동 모드’를 번갈아 작동하기 때문이다.
수동 모드일 때 뇌는 들어오는 자극을 배경 소음처럼 흘려보낸다. 반대로 능동 모드에서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붙잡아 해석한다. 누구나 공부나 독서, 강연 청취에서 후자의 상태를 원하지만, 뇌는 본능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려 하기에 자꾸 수동으로 기울어진다.
신경과학은 이를 설명한다. 뇌에는 ‘멍 때리기 네트워크(디폴트 모드)’와 ‘과제 수행 네트워크’가 마치 시소처럼 교대로 활성화된다. 잡생각이 치고 들어오면 독서의 몰입은 깨지고, 과제 네트워크가 활성화될 때 집중이 살아난다. 결국 집중이란 에너지를 어디에 배분하느냐의 문제다.
책 읽기를 예로 들어 보자. 무작정 책을 펴면 수동 모드로 빠지기 쉽다. 그러나 작은 질문을 품고 읽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저자는 무엇을 주장하는가?”라는 질문 하나만 있어도 뇌는 능동적으로 정보를 추적한다. 읽은 뒤 책을 덮고 30초라도 요약해 보면, 글자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내 말’로 전환되며 뇌에 각인된다. 짧은 인출 연습이 능동 모드를 켜는 확실한 스위치인 셈이다.
영어 듣기도 비슷하다. 출근길에 무심코 흘려듣는 팟캐스트는 대부분 수동 모드로 처리된다. 그러나 “연사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무엇일까?” 같은 질문을 품으면 귀가 레이더처럼 필요한 단어를 잡아낸다. 20초 단위로 멈춰 “방금은 이런 내용이구나” 하고 요약하면, 듣기는 배경 소음이 아니라 살아 있는 정보가 된다. 짧은 딕테이션 역시 소리를 단어 단위로 붙잡게 하여 집중을 끌어올린다.
독서와 청취 모두 핵심은 같다. 질문하기, 짧게 끊기, 말로 꺼내기. 이 세 가지 습관이 뇌를 능동 모드로 이끌고, 정보는 더 깊이 저장된다.
이 원리는 공부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같은 하루를 살면서도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하루는 배경 소음처럼 흘러갈 수도, 능동적인 성찰과 감사의 순간으로 바뀔 수도 있다.
나는 이렇게 결론내린다. 뇌의 수동성과 능동성은 단순한 신경 작용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배우고 살아가느냐를 결정짓는 리듬이다. 책을 읽을 때도, 영어를 들을 때도, 일상을 살아갈 때도, 질문을 품고 지금 여기에 주의를 모을 때 우리의 뇌와 영혼은 동시에 깨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