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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이 일상이 된 병든 한국 사회를 바라보며

by 신아르케

요즘 언론을 통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소식 중 하나가 외도로 인한 가정 붕괴이다. 부부간의 신뢰가 무너지고, 자녀들이 깊은 상처를 안은 채 살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안타깝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낯선 풍경을 보는 듯하다. 정작 내 주변에서는 그런 일을 직접 경험한 지인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어쩌면 나의 삶의 환경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랜 세월 학원을 운영하며 학생들을 가르쳐 왔기에 조직 생활과는 거리가 멀었고, 인간관계의 폭도 넓지 않았다. 또한 직관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느끼면 애초에 깊은 관계를 맺지 않았다. 억지로 어울리다 서로 상처를 남기는 것보다, 거리를 두는 편이 서로를 위해 낫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의 흐름을 보면, 마치 외도가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아가는 것 같은 불편한 인상을 받을 때가 있다. 심지어 결혼을 했더라도 애인이 없으면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진다는 말까지 들려올 때면, 우리 사회가 어디까지 병들어 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특히 중년의 외도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혈기 왕성한 청춘도 아닌 40~50대에 들어서서 잠시의 설렘을 좇는다는 사실이 낯설게 다가온다. 이유야 여러 가지일 것이다. 관계의 지루함, 중년의 공허감, 새로운 자극에 대한 갈망.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순간의 충동을 위해 잃어야 할 것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배우자의 신뢰가 산산이 무너지고, 자녀들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남는다. 가정은 단순한 연애가 아니라, 평생을 함께하기로 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배우자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은 구차한 변명일 뿐이다. 정말 함께할 수 없을 정도라면, 정직하게 관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 최소한의 책임이다. 배우자와도 끝내 맞추지 못하는 사람이 다른 누구와의 관계에서 성숙을 이룰 수 있을까? 순간의 불꽃은 곧 사그라들고, 남는 것은 상처와 후회뿐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인생의 절반을 넘어선 나이에 여전히 욕망의 노예가 되어, 외도 이외에는 자신을 즐겁게 할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는 삶이다. 눈앞에 분명한 파국이 보이는데도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모습은 연민을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 개인의 선택이라 할지라도, 그로 인해 배우자와 자녀가 감당해야 할 상처를 생각하면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중년의 외도가 늘고 있다는 것은 사회가 병들어 간다는 신호다. 그러나 동시에 희망도 있다. 진정한 행복은 여전히 가정 속에서, 배우자와의 깊은 관계 속에서 자라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깨닫고, 가정을 인생의 최우선 가치로 두기를 바란다. 부부가 서로를 존중하며 관계를 가꾸어 갈 때, 비로소 참된 기쁨과 평안이 찾아온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선택이다. 순간의 쾌락이 아니라, 신뢰와 책임을 조금씩 쌓아 올리는 일상의 결단이다. 그 선택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값진 결실을 맺는 길이라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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