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사랑 공모전 출품작
‘효’라는 단어는 너무나 익숙하다. 오랜 시간 동안 당연한 미덕처럼 여겨졌지만, 그만큼 진심으로 되새겨본 적은 많지 않다. 나는 이 단어를 새롭게 고찰하고 싶었다. 전통에서 배운 깊이를 잃지 않되, 오늘의 현실과 삶에 맞게 다시 써보려 한다.
옛말에 ‘입신양명(立身揚名)’이라는 말이 있다. 몸을 바르게 세우고, 이름을 드날린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높은 자리에 오르거나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 부모의 영광이라 여겨졌다. 그러나 오늘날의 입신양명은 단지 사회적 성공이 아니다. 삶을 성실히 살아가고, 자신의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는 모습 자체가 부모에게는 가장 큰 기쁨이 될 수 있다.
나는 두 딸을 둔 아버지다. 사춘기를 지나며 이성을 깨달은 둘째가 자발적으로 학습 일정을 짜고, 규칙을 세워 성실하게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지켜보며 깊은 감동을 느낀다.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어도, 성실과 근면이라는 인생의 핵심 가치를 스스로 발견하고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벅차다. 아마도 나의 부모님 또한, 내가 성취한 외형이 아닌 이런 삶의 태도를 통해 큰 기쁨을 느끼셨으리라.
효는 단지 정신적인 감동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진심은 물질로도 드러날 수 있다. 나는 신혼 시절부터 매달 양가 부모님께 정성껏 용돈을 드려왔다. 비록 물려받은 재산은 없지만, 부모님이 물려주신 성실함과 강인한 정신은 나의 삶을 지탱해주는 가장 큰 자산이었다. 그래서 내가 번 돈으로 부모님께 따뜻한 식사를 대접할 때면, 어느 누구에게 쓰는 소비보다 더 큰 기쁨이 밀려온다.
나는 기독교적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서, 에베소서 6장 2~3절의 말씀을 마음에 새긴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이것은 약속 있는 첫 계명이니, 이로써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 부모를 공경하는 길은 단지 덕목이 아니라, 결국 내 삶을 위한 길이라는 사실을 성경은 일깨운다. 마치 중력처럼 설명할 수 없는,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인생의 질서인 것이다.
사람들은 진정한 행복을 찾아 돈을 벌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사치를 누리려 한다. 그러나 내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참된 기쁨은 부모의 얼굴에 미소를 띄우는 데서 비롯된다. 우리가 빛나는 이유, 그리고 그 빛이 사랑으로 흐르는 이유는 어쩌면 그 단순한 진리 속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