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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의 미학 ― 자랑을 넘어 책임으로

by 신아르케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가진 강점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 몸을 가꾸면 몸을 드러내는 옷을 입고, 학문적 성취가 있으면 학력과 경력을 강조한다. 자본을 가진 이는 소비와 소유를 통해 존재감을 나타낸다. 온라인 계정 또한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을 맨 앞줄에 배치한다.

이는 자연스러운 본능일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한 번쯤 자문해야 한다. 내가 드러내고 자랑하는 그것이 과연 온전히 내 노력의 산물인가?

외모를 예로 들어보자. 준수한 얼굴이나 균형 잡힌 체형은 대체로 선천적이다. 지능도 그렇다. 어떤 이는 구구단을 외우는 데 한 달이 걸리지만, 다른 이는 하루 만에 습득한다. 이해력과 사고 속도의 차이는 분명 존재하며, 노력은 그 위에서 다른 속도로 작동한다. 운동 신경 또한 마찬가지다. 근육이 쉽게 붙는 체질, 빠른 반사 신경, 유연한 신체를 타고난 이는 어떤 종목이든 두각을 드러내기 쉽다.

윤리적 기질 또한 일정 부분은 타고난 성향에서 비롯된다. 어떤 이는 어린 시절부터 쉽게 화내지 않고, 정직하며, 타인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헤아린다. 누군가 평생의 수련 끝에 도달할 성품을, 누군가는 시작부터 지니고 태어난다.

이렇듯 우리가 자랑하는 대부분은 운(타고남), 환경(가정·사회·문화), 노력(개인의 수고), 공동체(돌봄과 피드백)이 얽혀 만들어낸 결과다. 노력의 몫이 결코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성취를 개인의 노력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지나친 자기 착각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녀야 할 태도는 무엇인가? 그것은 겸손과 감사, 그리고 책임이다. 내가 가진 재능과 성취는 내 능력을 증명하기 위한 전리품이 아니라, 우연과 은총, 공동체의 도움 속에 맡겨진 선물이다. 그렇기에 그것을 자랑으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인류와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도구로 삼아야 한다.

아인슈타인의 천재성, 손흥민 선수의 재능, 오드리 햇번의 아름다움과 선행은 단순한 과시가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선물을 사회와 인류를 위해 쓰려는 책임의식이 있었기에 지금도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

재능은 소유물이 아니라 맡겨진 것이다. 자랑할수록 줄어들고, 감사와 봉사로 쓸수록 확장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강점을 겸손히 받아들이며, 타인을 위해 책임 있게 사용하는 삶을 택해야 한다.

겸손은 성취를 축소하는 미덕이 아니라, 성취를 올바른 방향으로 확장시키는 힘이다. 이것이 자랑을 넘어선 진정한 인간의 품격이며,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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