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은 감수성, 취향, 욕구와 욕망에 의해 끊임없이 형성된다. 이 모든 것이 모여 만들어내는 삶의 정서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바뀔 수 있다. 물론 평생 길러온 습관과 패턴이 쉽게 변하지는 않는다. 많은 이들이 교육과 환경, 운명처럼 주어진 조건 속에서 살아가며,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것이 굳어져 그대로 삶을 마감한다. 그러나 그 정서가 부정적일 때, 그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괴로움과 고통을 술이나 담배 같은 손쉬운 방법으로 달래는 이들이 있다. 혹은 여가를 단순히 영상 시청, 게임, 골프, 당구 등으로 채우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선택들은 개인의 취향과 욕망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성숙이란, 그 취향과 욕망이 점차 고양되고, 삶의 기쁨을 얻는 방식이 더 높은 차원으로 옮겨 가는 과정을 말한다.
에피쿠로스 학파는 쾌락을 무조건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간의 행복은 쾌락 속에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그가 말한 쾌락은 단순한 자극적 향락이 아니라, 불안이 적고 지속 가능한 기쁨(아타락시아)이었다. 다시 말해, 진정으로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행위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이나 문화가 “햄버거는 맛있다”, “비싼 차를 타야 행복하다”, “영상은 재미있다”라고 학습시켰다 하더라도, 우리는 경험을 통해 더 깊고 고상한 즐거움을 배울 수 있다.
소박하고 검소한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을 준다. 자극적인 영상은 일시적 쾌락을 주지만 곧 피로와 공허를 남긴다. 반대로 독서, 글쓰기, 달리기, 건강한 식사, 가족과의 대화, 혹은 등산, 암벽등반, 서예, 시쓰기와 같은 활동은 뇌를 능동적으로 자극한다. 이런 활동은 뇌와 마음을 맑게 하고, 보다 수준 높은 즐거움과 충만한 정서를 선사한다.
심리학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능동적 여가 활동은 삶의 만족도와 정신 건강을 높이는 경향이 있다. 특히 운동은 우울과 불안을 완화하고, 정서적 웰빙을 크게 끌어올린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 반대로 여가용 스크린 사용을 줄였을 때, 기분과 수면의 질이 개선되는 사례도 보고되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순한 박탈이 아니라 취향의 재교육이다.
삶의 정서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오랜 습관이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작은 루틴과 경험의 반복은 우리의 취향을 바꾸고 욕망의 방향을 새롭게 세운다. 더 많은 것을 탐닉하는 대신, 더 고요하고 고상한 기쁨을 선택할 수 있다. 나는 바로 이 가능성을 목도하고, 나 자신의 삶 속에서 정서와 취향이 성숙해지는 길을 추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