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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교수들의 자녀와 자폐증의 상관관계 가설

집중과 공감, 인간의 균형에 대하여

by 신아르케

최근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흥미로웠던 것은 영상 자체보다 그 아래 달린 댓글들이었다. “자폐 아동은 이공계 교수들의 자녀에게서 유난히 많이 발견된다”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과학적 근거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그 문장을 읽는 순간 하나의 사유가 떠올랐다.

자폐 스펙트럼에 속한 사람들은 종종 특정 영역에서 놀라운 집중력과 천재성을 보인다. 반면 사회적 상호작용에서는 어려움을 겪는다. 즉, 한쪽 기능이 매우 발달하는 대신 다른 한쪽은 상대적으로 약한 것이다. 나는 이 현상 속에서 인간의 능력과 한계가 이루는 균형의 역설을 느꼈다.

집중력은 지적 능력의 핵심이다. 잡념 없이 한 과제에 몰입하는 힘이야말로 인간이 탁월한 성취를 이룰 때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런 집중력은 주변의 정서적 자극을 차단하는 데서 비롯되기도 한다.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그 사실을 자주 목격한다. 이해력과 정보처리가 매우 빠른 학생일수록, 때로는 주변 사람들의 감정 변화나 분위기에 둔감한 모습을 보인다. 그들은 착하고 순수하지만, 세상의 미묘한 신호에는 비교적 무심하다.

물론 모든 경우가 그런 것은 아니다. 공감 능력과 집중력을 함께 갖춘 사람도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공감적인 사람은 오히려 세상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 상대의 감정이나 반응을 즉각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마음이 쉽게 흔들리고 집중이 흩어진다. 그래서 따뜻하지만, 학습이나 업무 수행에서는 곧잘 에너지를 소모한다. 반대로 공감의 강도가 다소 낮은 사람은 외부 자극에 덜 영향을 받기에, 자기 세계에 몰입하기가 쉽다.

이렇게 보면, 인간의 능력은 언제나 음과 양의 조화 속에서 움직인다. 몰입과 공감은 서로를 보완하지만, 동시에 균형을 잃으면 한쪽이 다른 쪽을 희생시킨다. 뛰어난 집중력은 성취를 낳지만, 때로는 타인의 마음을 잊게 하고, 깊은 공감은 인간적인 따뜻함을 주지만, 때로는 집중의 깊이를 흩트린다.

나는 여기서 한 가지 가설을 세워본다. 만약 집중력이 매우 강한 두 사람이 만나 결혼을 한다면, 그 자녀는 그러한 성향을 더 짙게 물려받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물론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이다. 인간의 유전과 발달은 너무나 복잡하며,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생각은 인간의 삶이 ‘균형’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세상에는 완벽한 장점도, 절대적인 단점도 없다. 뛰어난 집중은 때로는 외로움을 낳고, 풍부한 공감은 때로는 피로를 낳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 둘의 균형이다. 인생의 지혜란, 자신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는지를 아는 데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기울어진 한쪽을 보완하려는 노력, 그것이 인간다운 성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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