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런 생각이 든다.
하루 스물네 시간 내내 영적으로 충만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까?
늘 기쁘고, 감사하고, 만족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사는 것,
우리는 그것을 행복이라 부르고, 종교적으로는 바람직한 마음의 상태라 말한다.
하지만 삶의 경험과 내면의 관찰은 조금 다르다.
그런 마음은 우리의 기본값(default) 이 아니다.내가 수양이 덜 되었는지도 모르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하루 동안 내가 진정으로 충만함을 느끼는 시간은 드물고 귀하다.
삶의 중간중간,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잠깐씩 찾아와 스쳐 지나갈 뿐이다.
나머지 시간에는 내가 원치 않는 마음상태에 머물기도 하고,
끝없는 고군분투 속에서 흔들리며 살아간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마음은 변화무쌍하다.
기쁨과 평온, 감사와 사랑이 머무는 시간이 있는가 하면,
권태와 불안, 분노와 공허가 불쑥 고개를 든다.
이제는 안다.
어쩌면 이런 내면의 변동이야말로 자연스러운 인간의 상태일지도 모른다.
완전한 평화는 이 생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인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내면의 상태를 이룬다 해도
그 평화는 오래 머물지 않는다.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치열하게 싸울 때만
잠시 찾아왔다가 사라지는 덧없는 손님과 같다.
때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아마 내가 눈을 감고 이 세상을 떠나,
영적인 세계로 들어가야만
비로소 완전한 평화를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이상을 신기루처럼 알고도 쫓는다.
어리석어 보일지라도, 그 지향 자체가 나를 만든다.
충만은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계속해서 선택해야 하는 방향이다.
영원히 붙잡을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
되풀이되는 태도 속에서만 유지된다.
잠시의 빛이라도 그것은 충분히 소중하다.
그 빛이 사라진 자리에서 다시 감사를 배우고,
불안이 밀려올 때 호흡을 가다듬으며,
흩어진 마음을 기도로 모은다.
나는 안다.
완전한 충만에는 결코 이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불완전 속에서 다시 충만을 지향하는 노력,
그 되풀이의 길 위에서
나는 조금씩 단단해진다.
그리고 짧게 비치는 충만의 순간들이
내 하루를 지탱하는 은총이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영원한 평안을 소유하려 애쓰기보다,
흔들릴 때마다 다시 평안을 지향하겠다고.
그 되풀이의 걸음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나의 평온을 배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