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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점을 통과하는 법

by 신아르케

고통은 생명에 대한 대가다. 살아 있다는 것은 기쁨의 순간만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통증을 감당하는 일이다. 우리는 모두 주기를 따라 오르내리는 삶을 산다. 하루에도, 일주일에도, 혹은 인생 전체에도 고점과 저점이 반복된다. 저점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며, 그때 우리의 신체는 무겁고, 정신은 흐릿하고, 감정은 예민해진다. 그러나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생명의 리듬이다.

고통을 피하려는 유혹은 언제나 달콤하다. 술, 담배, 자극적인 영상, 쾌락적 소비 등은 잠시 잊게 하지만, 결국 더 큰 공허와 피로로 돌아온다. 고통을 회피한다는 것은 그 값을 외상으로 미루는 일이며, 그 이자는 반드시 더 큰 고통으로 청구된다.
진정한 용기는 고통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정직성에서 비롯된다. 그 정직성은 ‘견딤’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단련시킨다.

저점의 시간을 견디는 사람만이, 다시 찾아올 고점의 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새벽이 가장 어두운 때에 해가 떠오르고, 비가 내린 뒤 땅이 굳어지듯, 통과된 고통은 존재를 단단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우리는 고통을 저주하지 말고, 그것을 생명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겸손과 감사의 의미를 배워야 한다.

고통은 우리를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깊은 인간으로 빚어내기 위한 생명의 언어다. 주기의 저점을 견디는 법을 배울 때, 비로소 우리는 인생의 전체 리듬을 이해하게 된다. 어두운 새벽이 지나면, 반드시 새 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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