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앞에서 배운 것들

by 신아르케

우리 집 강아지 이름은 신보리다. 말티푸 종이고 체구는 작다. 몸무게는 2.5kg 남짓, 머리도 그만큼 작다. 다른 강아지들을 키워본 적이 없어 지능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귀여움만큼은 내 기준에서 선두 그룹에 속한다고 확신한다. 다만 자연 속에서 홀로 살아가기에는 보호가 꼭 필요한 타입이다. 그래서 나는 종종 보리를 연약한 존재로, 크게 기대할 것이 없는 존재로 바라보곤 했다.

그러던 어제, 그 생각이 조금 바뀌는 장면을 보았다. 첫째 딸이 보리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 고구마로 간단한 훈련을 하고 있었다. 고구마 조각을 바닥에 내려놓고 “기다려”라고 말한 뒤, 딸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한참이 지나도 보리는 고구마를 먹지 않았다. 먹어도 될 것 같은 상황이었고, 아무도 보고 있지 않았지만, 음성 신호가 올 때까지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묘하게 신통방통했다. 눈앞에 놓인 유혹을 참는 일은 인간 아이에게도 쉽지 않은 미션이다. 어른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중독과 습관 앞에서 무너지는가. 그런 점에서 고구마 앞에 앉아 있던 보리의 모습은, 내가 가볍게 여겼던 존재에게서 뜻밖의 덕목을 목격한 순간이었다.

더 흥미로운 관찰도 있었다. 보리는 고구마가 등장하는 순간, 눈빛이 달라졌다. 평소보다 훨씬 또렷해졌고, 집중력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마치 뇌의 스위치가 켜진 것처럼 보였다. 확실한 동기가 주어질 때, 동물의 집중력은 놀라울 정도로 상승한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이 작은 장면이 나에게 준 교훈은 분명했다. 삶에서 나의 수행 능력과 집중력을 높이고 싶다면, 내 인생의 ‘고구마’가 무엇인지 분명히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막연한 의무감이나 추상적인 목표만으로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 보상은 눈에 보이게, 의미는 분명하게 설정되어야 한다.

물론 인간의 동기는 간식처럼 단순하지 않다. 그러나 원리는 비슷하다.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보상, 나를 움직이게 하는 의미를 삶의 앞자리에 놓을 때, 집중력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그리고 그 앞에는 반드시 하나의 규칙이 필요하다. 보리에게 “기다려”라는 신호가 있었듯, 나에게도 충동을 잠시 멈추게 하는 기준과 약속이 있어야 한다.

자유란 하고 싶은 대로 즉시 행동하는 능력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잠시 미룰 수 있는 힘일지도 모른다. 보리는 어제 고구마 앞에서 그 힘을 보여주었다. 작은 존재의 짧은 기다림이, 나에게는 하루를 돌아보게 하는 긴 생각이 되었다.

보리를 통해 배운 것은 거창한 교훈이 아니다. 다만 분명하다. 집중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때로는, 가장 연약해 보이는 존재가 가장 중요한 덕목을 가르쳐 준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