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나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며 낙심하는 마음이 스며든다. 특히 나의 정체성과 깊이 연결된 분야에서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을 마주쳤을 때, 마음은 복잡하게 흔들린다. 그런 순간, 나는 강한 경계심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나 스스로에게 이 감정의 근원을 묻게 된다.
내면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견제’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그가 나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 설사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 앞에서 밑 보이고 싶지 않은 자존심, 혹여 그가 나를 얕보지 않을까 경계하는 심리. 이런 생각들이 모여, 나는 그에게 자연스레 친절을 베풀기보다 얼굴을 붉히며 기싸움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실존적인 관점에서, 이러한 감정의 움직임을 부끄럽지 않게 받아들이려 한다. 내가 느끼는 이 질투와 불안, 방어의 감정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간의 반응이다. 오히려 이 감정은 그 존재를 내가 인정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사람은 자기보다 못하다고 여겨지는 이에게는 관대하고 겸손한 태도를 취하지만, 자신보다 뛰어나다고 느끼는 이에게는 본능적인 경계심을 드러낸다. 이 감정은 타인을 통해 내 존재의 위협을 느낄 만큼, 나에게도 무의식적 존재의 자존감이 있다는 반증이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하나—상대가 아무리 지위가 높고 재능이 탁월하더라도 우리는 존재론적으로 평등하다. 그의 카리스마가 아무리 강렬해도 나는 거기에 눌리지 않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한 존재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이것이 내가 인간관계에서 추구하는 실존적 당당함이다.
하지만 그 후에 찾아오는 실존적 괴로움이 있다. 내가 긴 시간 동안 성실히 노력해 온 분야에서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을 마주할 때, 문득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나는 무엇이 부족한가?’, ‘내 방식이 틀렸던 걸까?’라는 근원적인 불안이 내 안에서 고개를 든다. 물론 이런 생각이 비합리적인 비교임을 안다. 그렇다고 해서 내 마음이 당장 편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렇게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 글을 쓴다. 감정이 진흙처럼 엉겨 붙은 내면을 천천히 헤집어 가며, 글이라는 바늘로 그 응어리를 꿰매고 있다.
이제 나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바꾸어 보기로 한다. 나의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그 감정에 눌려 무너지지 않고, 나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비교는 오직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사이에서만 의미가 있다. 타인과의 절대 비교는 본질적으로 불합리하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은 조건, 기질, 재능,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나만의 유일한 길을 걷고 있으며, 그 길에는 누구의 잣대도 적용될 수 없다.
더 나아가, 내가 지금 느끼는 이 불편함과 열등감—그 감정은 아마도 누군가도 나를 보며 똑같이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인간 존재가 갖는 공통된 취약성이다. 우리는 서로를 질투하고, 두려워하고, 경계하면서도 끌리고,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것이 우리가 함께 살아간다는 뜻이 아닐까.
나는 나의 길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오늘도 성실하게, 완성을 향해 한 발자국씩 나아간다. 그 길 위에서 느끼는 감정의 파도는, 이제 더 이상 나를 뒤흔드는 괴물이 아니라, 존재를 단련시키는 바람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