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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시옷 Feb 04. 2024

노엘 갤러거는 팬 사인회를 개최했다

시를 쓰다




노엘 갤러거 씨가 팬 사인회를 개최했습니다

그 사람이 왜?라고 한다면 글쎄요

사람이 마약에 취하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쨌든 팬들만 즐겁다면 상관없는 일이죠.

      

     아저씨 팬이에요! 손 한 번 잡아봐도 될까요?

                        물론이지 꼬마야.

            이번에 초등학교 전교 회장 선거를 나가게 됐는데 조언을 해주시겠어요?

게이들은 다 타살로 죽어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네 따뜻하고 좋네요.     


이번에는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엘마 부인이 오셨습니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시고 불우이웃을 자주 도우시는 분이죠.

이웃 사람들은 그런 엘마 부인을 일컬어

‘정치 얘기를 즐기는 고상한 취미만 제외한다면 참 좋은 사람’

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네요.

엘마 부인은 록을 듣지 않는데 말이죠.    

 

저는 엘마라고 하고요. 노엘 씨가 꼭 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 게이가 아닌데요.

아니요. 다름이 아니고 제 아들이 죽었습니다.

아드님이 게이였나요?

아니요 아니요. 당신의 팬이었습니다.

어쩌다가요.

뭐가요

뭐가요

어쩌다 아들이 죽었냐고요?

어쩌다 제 팬이 되었냐고요.

모르겠는데요

뭐가요

뭐가요

그럼 왜 죽었는데요

당신 콘서트에 갔다가 심장마비에 걸려 죽었습니다.

저런.

당신이 죽인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 기왕이면 타살로 죽어주세요.

    

위대한 아티스트 노엘 갤러거는 그야말로

슬슬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엘마 부인의 검붉은 핏발이 서린 안구는

지구 탈출속도에 막 도달한 로켓처럼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아

혹시 엘마 부인의 눈은

눈으로 만든 인공위성은 아닐까?

그래서 그래서 마침내는 두 눈알이 하늘로 올라가

지구 표면을 저궤도로 돌며 나의 현재를 관찰하고

또 관찰하고 그냥 그렇게 관찰하다 수명이 다하고

수명이 다해서 이제는 운석처럼 지구로 추락하여

하필 내 정수리 위에 떨어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던 것이죠.

잘 모르겠다,

만     


-Don’t look back in anger     


네 유명하신 노엘 갤러거 씨는

본인의 오랜 의지를 엘마 부인께 전하기로 했습니다

그것도 퍼포먼스로 말이죠

왜 굳이 퍼포먼스를? 한다면 글쎄요

그는 아티스트니까요

아무래도 그렇죠.

그리고 모든 록커들에게

쓰레기통이란

지독하게 강력한 인력이 작용하는 오브제라는 사실을 여러분은 아실 필요가 있습니다...... 쾅!     


This is FUNK!     


노엘 갤러거 씨는 눈앞에 놓인

쓰레기통에 멋진 발길질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이런 퍼포먼스는 이미 누가 했던 것 같은데? 싶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 같네요     

아마 노엘 갤러거 씨는

스스로 약에 취해 있었다는 사실을 깜빡하신 모양입니다.

안타깝게도 엘마 부인은

자신을 쓰레기통으로 착각한 노엘 갤러거 씨의

사념의 발길질에

정강이를 부여잡고 바닥에 나뒹굴고 마셨습니다.

마치 쓰레기통처럼 말이죠

참 지독한 일이군요.     


팬 사인회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답니다.

햇살은 더없이 씩씩했고,

오늘도 인공위성 한 대가 부서져 우주 쓰레기가 되었고,

저기 어디 겨우 이름만 아는 나라에서는 또 또

무슨무슨 일이 어찌저찌 일어나 버렸다고 하니

참으로 보통의 날이며, 또 또 또

더 정확히는 굉장히 ‘꽤 괜찮은 날’ 이지 않겠습니까? 또 또 또 또 또


어쨌든 팬분들 만족했으니까요.


특히 이번에는 무려 포토카드도 제작되었는데

그중 3번 카드(노엘 갤러거 씨가 가운뎃손가락을 처 올리는 모습)는

수요가 대단했죠.

아무래도 또 아무래도

노엘 갤러거 씨는 인제 그만 집으로 가고 싶은 모양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그의 머릿속에는 계속 계속

바닥에 널브러진 엘마 부인의 얼굴 표면 위를 다 매워보려는 듯

쉼 없이 내달리던 그녀의 눈물들이 떠올라서    

  

“아까 집에서 나올 때 수도꼭지를 잠갔었나?”     


문뜩 걱정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 스포일러를 조금만 해드리자면

수도꼭지는 역시나 열려 있었고

오늘의 이 사건은 이른바 ‘엘마 사건’으로 불리게 되지만

노엘 갤러거 씨는 모두 신경 쓰지 않기로 결심했답니다.

이것저것 다 신경 쓰면 어떻게 살아가겠어요?

다만 요즘은 곡이 잘 쓰이지 않는 모양이에요

노엘 갤러거 씨는 고심 끝에

다시는 팬 사인회는 개최하지 않기로 또 결심했지요.

어째서 그런 결심을 했냐? 한다면 글쎄요    

 

-Don’t look back in anger     


아무래도 아무래도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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