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어릴 적 문방구에서 팔던 슬러시 중 내가 가장 좋아했던 맛은 파란색 파파야 슬러시였다. 더운 여름, 혀끝을 얼얼하게 만들 만큼 시원했던 그 맛 덕분에 한동안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맛은 파파야!“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다. 정작 파파야가 뭔지도 모르면서.
실제로 파파야를 처음 본 건 베트남에 살기 시작하면서였다. 호치민에 도착한 날, 한 식당에서 메뉴를 살펴보다가 ‘파파야’라는 단어를 발견했고, 그나마 익숙한 이름이라며 파파야 샐러드를 주문했다. 그런데 웬걸, 내가 생각했던 파파야가 아니었다. 이게 과일이라고? 무가 아니라?
베트남에서 파파야는 그야말로 길거리 곳곳에서 자라는 ‘나무계의 잡초’ 같은 존재다. 자라는 속도도 빠르고, 망고만큼 흔한 과일이지만, 활용 방식은 우리가 익히 아는 것과 다르다. 샐러드에 들어가고, 분짜 소스에 들어가고, 마치 무처럼 다양한 요리에 쓰인다. 빨갛게 잘 익은 파파야는 스무디나 후식 과일로 먹지만, 덜 익어 단단한 상태에서는 요리 재료로 활용된다. 어떤 한식당에서는 아예 파파야로 물김치를 담가 팔기도 한다. (역시… 어떤 재료든 김치를 만들어 내는 한국인의 창의력!)
예전에는 파란색 파파야 슬러시를 좋아했다면, 이제는 잘 익은 주황빛 파파야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요마카세] 토요일 : 색도 맛도 화려한 열대과일들
작가 : 열대과일러버
소개 : 열대과일 직접 맛보고 즐기고 그립니다 (But 여름ha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