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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구멍이 커지지 않도록

by 흐름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올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그중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내 결핍을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덕분에 31년 동안 같이 지내온 나 자신을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왜 그 사람을 좋아했는지, 그런 상황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화가 났는지. 내 태도의 원인을 찾아보면 다 내 결핍에서 시작되었다. 부모님은 나에게 신체적, 물질적으로 정말 최선을 다한 좋은 분이다. 하지만 성장 배경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기에 피할 수 없는 결핍을 내게 안겨주었다. 성인이 되어 우리는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며, 결핍을 받아들일 극복 할지를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된다. 다행히 나는 이 결핍을 내 단점으로 남겨두기보다, 스스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정말 보수적인 형을 아버지 삼고 자라온 아빠, 형식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나에게 너그러운 태도보다 형식 맞추는 걸 중요시했다. 이런 아빠 밑에서 자란 나는 반대로 모두에게 자유롭고, 너그러운 태도로 대하려고 정말 노력했다. 형이 강요한 틀을 깰 때 아빠가 성공했던 것처럼, 남들과 조금 다르게 행동할 때 비로소 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사고가 강하게 박혔다. 자유로운 내 성향은 이런 결핍에서 시작된 거로 보인다.


딸에 대한 사랑이 부족했던 할머니, 마음과 다르게 나를 응원하는 말보다 걱정과 비판의 말이 앞선 사람이었다. 이런 말을 듣는 건 괴로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반대로 다른 사람에게 응원하는 말을 자주 하려고 노력한다. 나의 결핍이 누구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지, 가끔 조금이라도 엄마의 말 습관이 나도 모르게 나온 날은 극한 후회가 밀려온다.


어릴 때는 단순히 우리 부모님은 왜 이렇게 부족할까, 그들의 부족함만 비난했다. 하지만 나의 구멍을 들여다보니 그들의 구멍을 점점 이해하기 시작했다. 살아가기에 급급했던 그때 당시, 아이들에게 배부르게 맥이 는 게 가장 좋은 부모였다. 심리적인 부분을 채우는 건 2순위였다. 그래도 요즘은 시대가 달라져 유튜브에 좋은 부모가 되는 법 강의가 넘쳐나지만, 여전히 아이들의 구멍은 점점 커져만 간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은 존재로 태어나고 자라는 만큼 구멍은 항상 리를 지키고 있다. 그 안에는 어릴 때 겪은 아픔은 상처가 되고, 결핍이 된다.


아쉽게도 이미 생겨버린 구멍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완벽하게 메우는 것은 누구에게나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원인을 조금이라도 일찍 발견하고, 더 커지지 않도록 막아주는 것은 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을 택했다. 내 결핍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도움을 받아 구멍을 조금이라도 일찍 막은 것처럼, 이제 내가 받은 온기를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결핍은 약점이 아니라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그들이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가질 수 있도록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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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마카세] 목요일 : 어린이의 위로

작가 : 아리

소개 : 어쩌다 조카 3명과 살게 된 싱글레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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