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일요일] 옷을 설계한다?

Engineered Garments

by 흐름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오늘은 시미즈 케이조와 함께 네펜데스 그룹의 수장으로 아메카지라는 문화를 만들어낸 다이키 스즈키의 엔지니어드 가먼츠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스즈키는 1962년 아오모리 현의 히로사키시에서 태어났습니다. 지금처럼 집집마다 컴퓨터가 있던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어려서는 야구나 곤충 채집처럼 자연과 가까운 유년시절을 보내게 되었는데요. 이런 그의 흥미를 끌게 된 것은 1975년에 아메리칸 문화를 다루던 Popeye 같은 패션 잡지였는데요. 이때부터 그는 미국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일본 내에서 미국의 아이비스타일을 이끌어가던 Van 같은 브랜드의 의류를 입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죠.


역시 친구는 끼리끼리인 걸까요? 이 시대에는 옷에 관심 있는 젊은 청년들은 모두 아메리칸 캐주얼 스타일을 추종하던 일본이긴 했지만 스즈키와 친구들은 서로 누가 더 유니크한 의류를 가지고 있는지 경쟁을 하면서 꼼데가르송이나 요지야모토 같은 아방가르드 패션 아이템도 관심을 그지게 됩니다. 이때부터 스즈키는 패션업계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다니던 대학을 자퇴한 뒤 자신이 원하는 패션공부를 하기 위해 인쇄공장에 취직해 돈을모와 원하는 패션공부를 시작하게 됩니다.


패션 업계에서 본인의 시작이 늦었다고 생각한 스즈키는 공부뿐만 아니라 업계에서 일을 하기 위해 구직활동도 열심히 했는데요. 당시에도 유명한 편집샵이었지만 지금은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빔즈에 지원했다 탈락을 했다고도 하죠. 하지만 이후 유니온스퀘어에서 운영하는 편집샵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네펜데스를 함께 만들어낸 ‘시미즈 케이조’를 만나게 됩니다. 6개월 만에 유니온스퀘어를 그만두고 케이조와 함께 도메스틱 브랜드와 아메리칸 스타일의 의류들을 판매하는 ‘레드 우드’라는 편집샵을 운영하게 되는데요. 이때 스즈키의 패션 디자이너라는 꿈은 멋진 아메리칸 스타일의 의류를 잔뜩 사다 놓은 편집샵을 운영하는 사장으로 점차 바뀌어 가고 있었죠.


레드우드에서의 경험과 수많은 지식을 바탕으로 후에 유니언스퀘어의 사장직까지 역임하게 된 스즈키였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아메리칸 캐주얼의 본 고장 미국에 자신의 가게를 차리고 싶어 했던 꿈이 있었고,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고자 했던 동료 케이조와 함께 자신들의 꿈을 목표로 돌연 네펜데스를 설립하게 되었고, 본인이 파는 옷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던 스즈키는 미국으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고자 했던 케이조는 일본에서 네펜데스의 역사를 시작하게 됩니다. 스즈키는 미국에서 단순한 패션 공부가 아닌 보스턴과 일본을 오가며 일본에 알려지지 않은 디자이너들과 계약을 하고 브랜드 전시와 쇼룸을 방문하며 신진 브랜드들을 발굴해 내면서 제품을 들 바잉해서 일본 네펜데스에서 판매를 하게 되죠. 이미 이름이 알려진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의 제품을 모아 판매하는 편집샵이 과거도 지금도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이러한 방법으로 바잉 하는 편집샵은 네펜데스가 최최였고, 자신들의 패션을 보는 눈과 감각을 믿는 이 차별점은 지금도 다른 편집샵들과 네펜데스의 차이점을 만들어낸 비결 중 하나입니다.

<엔지니어드 가먼츠 룩북>

미국에서 자신의 가게를 여는 것이 꿈이었던 스즈키는 네펜데스를 미국에 론칭하면서 케이조의 니들스와 본인이 셀렉한 브랜드를 판매할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이때 자신의 마음에 드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의류들을 찾지 못해 고민하다 브랜드를 만드는 것으로 마음을 결정하게 되었고, 이때가 ‘엔지니어드 가먼츠’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미국의 전통적인 의류를 연구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할 필요성을 느꼈고 ‘엔지니어드 가먼츠’는 단순한 디자인이 아닌 치밀한 패턴과 디테일과 비대칭적인 요소들 다양한 원단 조합, 오버사이즈 실루엣 그리고 미국생산을 원칙으로 하는 브랜드로 만들어 가고 있었죠. 이때까지도 사실 브랜드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엔지니어드 가먼츠’라는 이름은 이렇게 브랜드를 만들어 가던 와중 직원이 제품의 패턴을 구성하던 중 너무 복잡한 요구사항이 많았던 스즈키에게 ‘이 옷은 디자인을 하는 게 아니라 마치 설계를 하는 수준이다’라는 말에서 따왔다 교 하죠. 얼마나 정교하고 많은 디테일들이 들어간 옷들인지 짐작을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탄생한 ‘엔지니어드 가먼츠’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일본보다도 아메리칸 스타일의 본고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단순한 복고풍이 아닌 과거의 옷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인 방식으로 새롭게 설계하는 이 브랜드는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지는 브랜드로 성장했으며, 여전히 뉴욕에서 컬렉션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네펜데스 런던, 뉴욕 매장>



처음에는 네펜데스 뉴욕점에 네펜데스 의류 10%와 셀렉한 브랜드들을 판매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던 스즈키였지만 지금은 스즈키의 ‘엔지니어드 가먼츠’와 케이조의 ‘니들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대부분의 판매 상품이 네펜데스 브랜드들로 채워져 있죠.


본인이 원하는 브랜드를 찾아 매장에서 판매한다는 원칙과 목표로 디자이너와 브랜드를 찾아다니며, 바잉을 하던 네펜데스와 스즈키. 지금은 네펜데스의 바이어가 아닌 디자이너로써 일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의 감각을 신뢰하는 소비자들로 인해 이제는 본인이 찾지 않아도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입점하고 싶어 하는 편집샵으로 나아가고 있는 네펜데스와 스즈키의 ‘엔지니어드 가먼츠’를 응원하면서 오늘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요마카세] 일요일 : 일단 사볼까?

작가 : 인정

소개 : 옷 파는 일로 돈 벌어서 옷 사는 사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