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 COUNT’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오늘은 일본의 오리지널 데님 브랜드인 에비수의 창립자에서 미국의 오리지널 빈티지 데님에 빠져 브랜드를 론칭한 ‘츠지타 미키하루’의 FULL COUNT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츠지타는 20대의 젊은 나이에 일본의 데님 브랜드 EVISU의 공동 창업자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는데요. 트렌디한 데님과 의류들을 만들던 에비수에서 그가 행복과 열정을 느끼던 분야는 클래식하고 편안한 데님을 만들 때였습니다. 이런 클래식한 데님의 매력에 빠져 미국의 오리지널 데님들 특히나 빈티지 리바이스 제품을 에 대한 깊은 관심과 연구를 거듭하던 중 순수한 오리지널 미국 청바지를 만들겠다는 뜻을 품고 26살의 나이에 에비수를 떠나 1992년 오사카에서 레플리카 데님 브랜드 ‘풀 카운트’를 론칭하게 됩니다. 브랜드의 이름은 야구에서 투수가 타자를 상대로 가장 던질 수 있는 가장 마지막 공. 3 볼 2 스트라이크를 뜻하는 풀 카운트를 모티브로 만들게 되었는데. 가장 최선을 다한 순간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자신이 믿는 마지막공을 던지게 되는 순간으로 완벽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믿고 이끌어가는 풀카운트 브랜드의 신념이 담겨있습니다.
자신의 집을 사무실로 사용하면서 협력 공장과 원료 구입처 판매망 등을 혼자 돌며 제조 라인을 구축하면서 시작하는데요. 다행히도 크게 성장한 에비수의 창립 멤버로 이 분야에서의 정보를 얻고 거래처를 구하는 것은 큰 문제없이 해결을 해 나갈 수 있었죠. 하지만 문제는 판매를 할 곳이었습니다. 이 시기는 빈티지 데님들이 인기를 끌고 있었지만 많은 데님 마니아들은 오리지널 빈티지 제품을 찾았고, 레플리카라는 복각의 개념이 확립되고 인정받기 전이라 수요가 많지 않았으니까요. 이러한 까닭에 츠지타는 자신이 만든 청바지를 직접 들고 매장에 찾아다니며, 제품을 보여주고 설득해 매장에 위탁판매를 하는 것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인정을 받지 못하던 풀카운트는 더 이상 생산이 되지 않고 수요만 늘어가던 리바이스 리얼 빈티지 제품들을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지자 리얼 빈티지 데님의 매력이 느껴지는 제품을 찾던 마니아들에게 인정을 받기 시작하면서 불과 4년 만에 연매출 18억 엔에 이를 정도로 성장을 하게 됩니다. 일본에서의 오리지널 데님에 대한 수요도 이유였지만 풀카운트의 성공 비결은 모두가 생각할 수 있을 만큼 단순했는데요. 바로 ‘청바지를 잘 만든다’라는 가장 근본 적인 이유였습니다.
다른 오리지널 데님 복각 브랜드들과의 차별점을 만들어 낸 것 또한 츠지타가 좋아하고 열정을 느끼던 오리지널 데님 분야에서의 수많은 연구 때문이기도 했는데. 풀카운트는 수많은 복각 브랜드 가운데서도 청바지에 짐바브웨 코튼을 최초로 사용한 브랜드기도 합니다. 다른 브랜드들과 동일하게 풀카운트 또한 미국의 오리지널 데님을 복각하면서 당연히 미국산 코튼을 수입해 사용하였는데요. 예전의 미국의 청바지들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당시 수입하던 미국산 코튼보다 훨씬 조직이 긴 섬유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가장 비슷한 대체품을 찾아 수많은 원산지의 코튼을 테스트한 결과 짐바브웨 코튼이라는 오리지널에 가장 가까운 섬유를 찾아 모든 데님을 생산하기 시작했죠.
당시에는 혁신적인 시도였지만 지금은 고급 셀비지 데님을 만드는 회사의 대부분이 짐바브웨 코튼을 쓸 정도로 청바지에 적합한 코튼임이 증명되었죠. 이렇게 짐바브웨 코튼으로 만든 데님은 섬유가 길어 한층 더 튼튼했으며, 염색도 잘되었고, 1년에 한 번 짐바브웨의 농민들이 기계의 도움 없이 손으로 채취한다는 점이 무엇 보다 핸드메이드 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본 데님문화와 잘 어울렸습니다.
셀비지 혹은 크래프트 의류의 소비자들은 옷을 고를 때 어떤 소재를 사용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 점이 비슷한 가격대의 옷을 구매하는 명품 브랜드의 소비자와 가장 큰 차이점이죠. 명품관에 입점한 브랜드의 의류에도 터키산 코튼을 사용했으며, 모로코에서 염색하고 밀라노에서 제작을 했다는 생산 정보가 라벨에 적혀있지만 이러한 정보들은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들이 원하는 텍스쳐와 의도 그리고 최고의 옷을 만들겠다는 자부심에서 나오는 정보들일뿐 소비자들은 생산 정보보다는 패셔너블하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데님 마니아들은 과거를 지향하면서 소재의 출처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들이 옷을 평가하는 기준은 평범함과 단순함에서 나오는 멋으로 평가를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옷과 원단을 만들면서 어떤 직기를 사용하는지, 어디에서 생산하는지, 어떤 구리 리벳과 지퍼를 쓰는지 등을 상세하게 알고 싶어 하고 작은 디테일에서 많은 감동을 받고 구매를 결정하죠.
이러한 브랜드와 소비자의 철학을 바탕으로 풀카운트는 디테일에 있어서도 오리지널 디자인을 확보하기 위해 애썼는데 회사 규모가 작다 보니 오리지널 부 자재를 소량 주문하기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고, 그래서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대기업이 쓸 만한 버튼을 디자인해 제안하고 대기업에서 대량 주문을 하면, 그 디자인에 조금 변화를 주어 풀카운트용 제품을 주문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비용을 아끼면서 오리지널 부자재를 확보했죠.
풀카운트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중요한 부자재에는 재봉실이 있는데 보통 청바지는 면 방직사로 만들지만 재봉실은 내구성을 위해 폴리에스테르 실을 사용하는 경우 가 많았는데 폴리에스테르 실을 사용하면 데님이 탈색되어도 스티치는 처음 색 그대로 남게 되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생기는 경련변화에 어울리지 않는 재봉선이 남게 되는 단점이 있었죠. 풀카운트는 재봉실까지도 데님과 함께 낡아야 한다 는 생각으로 이집트산 코튼으로 만든 원사를 사용했고, 그렇게 데님이 탈색될 때 재봉실도 함께 탈색되어 전체 밸런 스를 맞출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면은 폴리에스테르에 비해 강도가 약하기 때문에 청바지의 내구성이 떨어지는 단점 또한 있었는데 풀카운트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청바지 한 벌에 부위마다 적합한 열두 종 류의 실을 사용했고, 특히 찢어지기 쉬운 부분에는 일반적으로 의류에 사용하지 않는 아주 굵은 실을 사용했죠. 실의 두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봉틀에 맞는 바늘과 함께 두꺼운 실을 제대로 박음질할 수 있는 기술자도 필요했고, 이런 식으로 신경 쓸 요소가 늘어나면서 청바지 제작에 관여하는 장인들 역시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집착과 완벽주의적인 성격이 브랜드의 가치를 유지시켜 주는 장인들을 만들어 버렸달까?
풀카운트가 만드는 청바지의 매력은 입을수록 구매자의 다리에 알맞게 변한다는 점인데 그러므로 가급적 원형에 가까운 데님을 사용해 청바지를 만들어 제공하고, 그 다 음부터는 입는 사람이 길들여가는 방식이 기본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소비자의 취향이 바뀌면서 언샌 포라이즈드보다는 샌포라이즈드로 데님보다는 원 워시 데님을 찾는 사람이 늘어났는데 그 이유는 이염 문제를 비롯해 초기 작업이 상당히 번거로우며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 많고 내 옷으로 만들어가는 소킹과 같은 작업이 실패로 돌아오는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유행이 바뀌어 페이딩 된 청바지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숙련된 장인들과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선택하게 되는 오리지널을 만들어내고 있는 풀카운트는 여전히 많은 데님 마니아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을 누구나 할 수 있는 행동으로, 누구나 하지 못할 노력을 더해 누구도 만들지 못한 결과로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들어낸 츠지타 미키하루의 풀카운트 소개해 드렸습니다.
[요마카세] 일요일 : 일단 사볼까?
작가 : 인정
소개 : 옷 파는 일로 돈 벌어서 옷 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