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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너도 맞고 나도 맞다

by 흐름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장애아동 체육 봉사활동 갈 생각 있어? 아리는 어떤 기회든 물어다 준다. 박 씨를 한가득 물고 오는 흥부전에 제비 같은 친구다. 퇴사 후 꿈을 찾아 날아간 아리는 아이들에게 방과 후 수업에서 요가를 가르친다. 학교에서 만난 다른 선생님이 장애아동 보호소에 봉사활동을 나가는 모양이다. 회사에서 연락을 받은 나는 너무 지쳐있었다. 일에 치여 나를 돌볼 틈도 없다. 아리의 문자를 보자마자 남까지 돌봐야 하나 거부감이 앞선다. 아니. 지금은 내가 여유가 없어. 싸늘한 반응에도 아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당장은 아니니 너무 부담 갖지 말라며 한 아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아이의 행복은 선생님과 찍은 인생 네 컷 사진을 끌어안고 자는 밤이다. 똑같은 패딩을 겨울 내내 입어도 봄 같은 미소를 짓는다. 하나뿐인 그 패딩은 크리스마스 때 선생님께 받은 선물이다. 뭐 갖고 싶냐는 질문에 친구들은 다 있는데 자신만 없다며 탑텐 패딩이 갖고 싶다 했다. 선생님에게 부담 주고 싶지 않은 아이의 마음 앞에 한없이 부끄럽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그래 주말에 가자. 꼭 시간 내볼게. 다음을 약속하며 다시 업무를 본다.


그날 밤 자기 전 짝꿍과 대화를 나눈다. 장애만 가진 아이와 장애를 갖고 부모는 없는 아이의 이야기를 한다. 자기도 같이 갈래? 몸으로 놀아주기만 하면 돼, 프로그램은 우리가 짤 거야. 아니 난 일회성으로 가서 감정 소모하기 싫어. 심장이 뛴다. 저런 파렴치한 인간이 있나. 자기가 감정소모 하기 싫어서 드라마 안 보는 거랑 같아. 대관절, 그게 어떻게 같다는 말인가? 할 말이 없어 말을 아낀다. 서운해? 아니야 안 서운해. 나중에 나만 다녀올게. 자자, 잘 자. 등을 돌려 내가 그를 비난할 자격이 있나 생각한다. 나도 단칼에 거절하지 않았던가. 인간은 자신을 복합적으로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타인은 단편적으로 나쁜 사람이라 치부한다고 한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이에 삶에 공감하듯 너의 말에 귀 기울일 순 없는가. 어떤 잣대로 너는 나쁜 사람이고 난 좋은 사람인가. 내가 너에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어야 아이에게 좋은 이웃이 될 수 있다. 서로의 못남을 너그러이 지켜봐 주는, 서로의 삶을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 그런 사이 말이다.

제주 해변 by 예슬작가




[요마카세] 월요일 : (흑)역사 모음집

작가 : 흐름

소개 : 현재에 살자 집착하는 사람. 문득 지금의 나를 만든건 과거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꽂힌다. 과거의 내가 미래를 만든다면, 과거는 미래요 미래는 과거가 아닌가. 흑역사가 미래가 될 순 없어 써내려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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