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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당신의 벚꽃이고 싶어요.

by 흐름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입춘이 지난 지 한참 됐어요. 3월에도 온 세상을 하얗게 칠해버리는 걸 보면 겨울도 떠날 준비가 안 됐나 보다 싶어요. 봄이 왔다고 믿고 싶은데 차갑게 얼굴을 할퀴고 가는 바람은 봄이 아니라 겨울을 품고 있었어요. 긴 겨울잠에서 막 깨어났을 개구리가 팔짝 뛰어오르려다 주춤한 채 여전히 움츠리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어요. 아직은 아니라고,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계절이 조용히 말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도 시간의 양탄자는 봄을 부지런히 태워 왔어요. 길가에는 꽃이 물들고, 햇살은 살갗을 간질이고. 앞으로, 앞으로 흘러가는 시간의 방향을 따라가다 보니 겨울은 저만치 멀어지고 봄은 성큼 가까워져 있었어요. 어느새 벚꽃도 한 잎 한 잎 피어나더니 있는 힘껏 기지개를 펴고 만개해 있어요. 벚꽃은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 같아요 “나 좀 보세요. 이제 진짜 봄이에요”라고. 벚꽃의 외침에 사람들도 반응하는 것만 같아요. 앞만 보고 걷던 걸음을 멈춰 세우고, 무표정이었던 얼굴에는 미세한 미소가 번지고, 생기 없이 차가웠던 눈에는 설렘이 스며들어요. 봄은 그렇게, 벚꽃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며 마침내 우리 곁에 왔어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나도 벚꽃처럼 당신에게 가고 싶다고 -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늘 지나는 길목을 아름답게 바라보게 해주는 사람.

평범한 하루 속 눈부신 한 장면으로 남는 사람.

떨어지는 꽃잎을 아쉬워하듯,

잃어버린 나를 아쉬워하게 만들고, 멀어진 우리를 기억하게 해주는 그런 존재.

지금은 이렇게 헤어지더라도, 내년 봄에 다시 피어날 거라는 믿음을 주는 존재.

그렇게 당신 마음에 한철 머물다 기억으로 오래 남는 벚꽃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작품명: 절찬리 기록중

작가명: 세렌디피티

소개: 쓰고자 하는 마음에 사로 잡히다가, 이제는 쓰고자 하는 마음을 붙잡아 놓질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 버렸습니다. 무엇이든, 어찌됐든 계속해서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쓰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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