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땅에서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요가에서는 ‘아파리그라하(움켜잡지 않음, 집착하지 않음)’를 강조한다. 즉, 인도철학에서 집착은 고통의 근원이며 집착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해방이 된다고 믿어져 왔다. 그러나 집착이란 무엇인가? 어떤 것이 집착하지 않으며 산다는 것인가?
안동에서 서울로 올라온 지 1년, 2년이 지남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노력과 집착사이를 헤매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도 그 사이 어딘가에서 방황하고 있을지 모른다.
사람들은 물어본다. “그래서 노력과 집착의 차이는 뭐야?”
그리고 나는 답한다.
“답은 없어요.”
그러면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그렇게 방황하며 절도 가고 여러 스님들도 만나고 고뇌했다면서 답을 못 찾았다니..
그러나 답을 찾지 못한 것이 나의 답이었다. 없는 답을 찾아 헤매니 괴로울 수밖에. 마치 존재하지도 않았던 다이아몬드 반지를 이곳저곳 뒤지며 ‘내 반지 어디 갔어!’라고 소리치는 미치광이가 아니었을까?
영화에 보면 권력이나 부에 눈이 멀어 아등바등 높은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으려 하거나, 쉼 없이 부의 창출을 노리는 인물들을 봤을 때, “나는 절대 저렇게 살지 말자”라는 다짐을 하곤 했다. 그러나 내가 지금 그런 집착을 하고 있지 않나, 그런 집착 때문에 괴로운 것이 아닌가 두려웠다.
예전에 과외하던 학생의 아버지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선생님께서는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오셨네요.” 사실 이런 말을 듣기 전까지 내가 그런 인생을 살아왔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내가 요가강사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며 괴로운 것은 나의 학벌, 부모의 경제적 지지, 사회의 인정을 내려놓지 못해서일까? 영화에서 보이는 괴물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박사와 요가강사 사이를 헤맨다고 해서 과연 괴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그저 노력을 회피하려는 것일까? 둘 사이에서 고뇌하며 또다시 괴로움이 올라왔다.
집착과 노력이라는 것은 같으면서도 다른 것이다. 집착과 노력 사이에는 선이 존재하지 않다. 모든 것이 하나로 이뤄져 있으면 집착하다가도 노력하는 것이고, 집착을 버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며, 무언가를 움켜잡지 않으려는 집착이 있어야 비로소 노력이 생겨난다. 따라서 집착과 노력 사이에는 간극이 없다. 그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이 그러하다.
쉬는 시간에 피아노 치고 명상하기 좋아하는 나는 평소에 공부에 열정을 느꼈다. 그런 나의 겉모습은 우아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내 내면에서는 괴물의 소리가 울부짖었고 너무나도 괴로웠다. 가슴을 치고 땅을 치며 소리치고 싶었지만 소리 없는 아우성만 가득했다. 눈물샘은 말라 버렸나 울고 싶어도 나오지 않는 눈물만 탓해야만 했다.
인간은 왜 살까? 인간은 왜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 집착을 내려놓으면 과연 편안할까? 인도철학에 의하면 과거 카르마에 의해서 해탈하지 못한 채 윤회의 사슬을 끊지 못하고 다시 생명으로 태어나 고통을 견뎌야만 한다. 생명과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 외조부와 조모의 별세로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고통을 끊어내기 위해 선택한 죽음은 타인을 향한 칼부림이며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나 그 죄를 갚아야 한다. 그러나 내가 자연스레 죽기 전까지 이 땅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런 생각이 머릿속으로 올라올 때마다 그저 걸었다. 니체, 소로, 루소도 걷기를 즐겼다. 괴로움이 올라올 때마다 그냥 걸어 보았다. 몇 시간이건 걸을 때마다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감각에 집중해 보았다. 볼가에 느껴지는 살랑살랑 바람을 느껴본다. 가슴에서 느껴지는 답답함과 코 끝에서 느껴지는 상쾌함을 동시에 느껴본다. 그리고 그냥 걷는다. 어떤 생각이 내 머릿속으로 들어와 또다시 괴로움이 올라오면 그저 호흡한다. 그리고 다시금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발 뒤꿈치, 발바닥, 발가락의 감각에 집중해 본다. 그저 그뿐이다. 사는 것이라는 것은 지금, 여기에서 느껴지는 ‘그것’에 판단 분별없이 수용하는 것. 그뿐이 아닐까?
[요마카세] 수요일 : 집착과 노력사이
작가 : 요기니 다정
소개 : 국제 정치 배우다 요가 철학에 빠지게 된 사연
삶이 고통스러운 것은 집착을 내려놓지 못해서라고 하는데, 내가 잡고 있는 것은 집착일까 노력일까 방황하며 지냈던 세월을 공개합니다. 누구나 힘들 수 있고, 누구나 고민할 수 있는 그 질문들을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