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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쫑알쫑알

by 흐름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가는 초등학교 요가 수업, 수업 시작 전 아이들과 일주일 동안 무슨 일 이있었는지 주말에는 뭐 하는지 가볍게 대화하며 시작한다. 별거 아닌 대화지만 확실히 아이들과 마음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걸 느낀다.


“얘들아 지난주 우박 내린 거 봤어? “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들은 동시에 입을 연다.


“우박이 뭐예요?”


“선생님! 우박이 주먹만 했어요!”


“아니요, 지구만 했어요!”


“저는 우주만 했어요!”


“전 진짜… 무제한이었어요!”


(*아이들 세계에서 ‘무제한’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크기를 뜻한다.*)


4월 불청객처럼 내려온 우박도 놀랄 만큼, 아이들의 목소리는 크고 생기 넘쳤다.


또 누구 한 명이 다치고 온 날은 누가 많이 다쳤나 대회라도 참가하는지 서로 얘기를 쏟아낸다.


“선생님, 저 여기 다쳤어요”


“저도 오늘 체육 시간이 넘어졌어요”


심지어 한 아이는 무릎에 멀쩡히 붙어 있던 반창고까지 떼어 보여준다.


막상 보면 피 한 방울 없는 뽀얀 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은데.


본인 형, 언니, 동생 부상소식까지 알려주며 아이들은 하루 종일 쫑알쫑알 거린다.


아이들이 하루 종일 쫑알쫑알 떠드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누군가에겐 소란스러워 보일지도 모른다.


도대체 어디서 그렇게 많은 말을 쏟아낼 에너지가 나오는지, 감탄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아이들이 말을 많이 한다는 건 '안전하다'라고 느낀다는 뜻이다.


아직 내가 낯설 거 나, 속상한 일이 있는 아이는 입을 꾹 닫는다. 눈치를 보고 스스로를 감춘다. 하지만 시간을 주고 마음을 토닥여주고, 감정을 진정시켜 주면 그제야 아이들은 입을 연다.


아이의 대답은 일종의 신호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이 즐겁고, 신이 나서, 나누고 싶어서 흘러나오는 말들이다. 하루 동안 본 것, 들은 것, 생각한 것, 느낀 것을 거침없이 흘려보내며 자신의 안전한 마음을 보여준다.


그러니 나는 그 작고 시끄러운 목소리들을, 오늘도 놓치지 않으려 귀를 기울인다.



[요마카세] 목요일 : 어린이의 위로

작가 : 아리

소개 : 어쩌다 조카 3명과 살게 된 싱글레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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