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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그들만의 슈퍼스타

by 흐름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미국 뉴욕의 온라인 라디오 스테이션, The Lot Radio에서 플레이하는 Carlita. DJ가 작은 스튜디오에서 플레이하고, 친구들이 함께 들어와서 같이 춤을 추기도 하고, 지나가던 사람들도 음악을 듣고 잠깐 머물러 음악과 스낵바를 즐기다 갈 수 있다.*


디제잉 일정이 잡히면 일단 친구들에게 알린다.


“몇 시에 하는지는 아직 몰라. 근데 아무튼 이 날 틀 거야! 시간 되면 놀러 와:)”


어떤 긱(gig)은 한 달 전에 잡히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건 갑자기 생기거나, 일정이 거의 다 되어갈 때쯤 타임테이블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나는 성인이 된 이후 대부분을 해외에서 지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클럽이나 파티에 자주 가본 경험도 많지 않다. 지금 곁에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운동하는 공간이나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이 친구들은 정말 갓생을 산다. 새벽부터 운동을 하고, 9시에 출근해 하루를 꽉 채운 다음 퇴근 후 또 다른 운동이나 취미를 즐긴다. 그리고 보통은 10시에서 12시 사이면 잠들 준비를 한다.


그런데도 내가 디제잉을 한다고 하면 언제나 반응은 똑같다.


“어디야? 몇 시부터야?”


오지 못하는 친구들은 아쉬움을 전해오고, 나중에 잘 틀었냐고 연락이 온다.


파티 당일, 내 셋이 끝나면 놀러 온 이들은 눈을 반쯤 감은 채, 하품을 꾹 참고 박수를 치며 댄스 플로어에서 나와 세상 밝은 얼굴로 이렇게 말한다.


“지니야 진짜 멋있었어!”

“점점 더 선곡이 좋아지는데?”

”네가 트는 음악이 너무 신나!”*


그리고 남은 DJ들이 셋을 이어가는 사이, 나는 친구들을 먼저 집에 보내고 다시 베뉴로 돌아온다. 그 순간,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방금 떠난 친구들이 내가 플레이하던 순간을 찍은 사진과 영상을 하나둘씩 보내주고 있다.


그럴 때미다 마음 한 구석이 뭉클해진다.

분명 피곤할 텐데, 내가 음악을 튼다는 이유 하나로 한 시간, 아니 몇십 분이라도 시간을 내어 와 준다는 게 너무 고맙고, 벅차다. 어쩌면 내 음악은 그들에게 클럽도, 파티도, 일탈도 아닌, 그저 친구를 보러 오는 일상의 연장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몇 시가 되든, 피곤하다는 생각이 안 들지만, 이 친구들에게는 이 밤이 꽤 큰 결심일 수도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친구들을 보내고 베뉴로 돌아오는 길, 나도 다짐한다.


“더 열심히 하자.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가자.”


내 꿈을 진심으로 응원해 주고, 나를 슈퍼스타처럼 바라봐주는 친구와 가족이 있다는 건 정말 큰 힘이다. 항상 더 좋은 셋으로 보답해야지 :)


한 명, 두 명이 와도 내 눈에는 댄스 플로어가 꽉 채워져 있다.


내 선곡에 맞춰 리듬을 타주던 모습들. 한참 몰입해서 플레이하다 고개를 들었을 때, 신나게 춤을 추고 나와 눈을 마주치며 자랑스럽게 바라봐주던 눈빛들.


오지 않아도 언제나 응원해 주는 이들이 있기에, 오늘도 나는 신나게 음악을 튼다.



[요마카세] 금요일 : 오늘 밤 나가 놀고 싶어 지는걸?

작가 : DJ Jinnychoo

소개 : 듣다 보니 틀고 있고 틀다 보니 어느새 디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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