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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반짝반짝, 작은 스타프루트

by 흐름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직접 관찰하고 그린 스타프루트 세밀화, 디지털드로잉


어린 시절, 투니버스에서 방영하던 개구리 중사 케로로 속엔 유난히 눈에 띄는 과일이 하나 있었다. 별 모양을 한 노란 과일. 케로로가 유독 좋아하던 그 과일은, 한때 내가 단지 만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상상 속의 열매라 믿었던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족 여행으로 떠난 동남아의 햇살 아래에서 나는 그 과일과 실제로 마주쳤다. 반짝이는 노란빛, 동그랗게 웃는 별 모양의 단면. 만화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세상이 조금 더 신비롭게 느껴졌던 것 같다.


베트남에서 살던 시절, 스타프루트는 동네 많은 집들에서 관상수처럼 마당에 키우고 있었다. 별 모양의 귀여운 외형을 떠올리면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됐다. 하지만 맛은 정말 ‘아이셔’를 한입에 넣은 듯한 강한 신맛이어서, 귀여운 생김새와는 정반대의 인상을 줬다.

동네에 많이 자라던 스타프루트 나무 모습


스타프루트의 단면, 직접 관찰

옆집에서 키우던 스타프루트 나무가 우리 집 마당까지 가지를 뻗어와서, 자연스럽게 스타프루트를 자주 볼 수 있었다. 호치민에서 함께 살던 이모는 무슨 재료든 김치를 만들어내는 한국인답게, 스타프루트로 동치미를 담그곤 하셨다. 별 모양의 예쁜 모양새는 물론, 강한 신맛이 동치미의 감칠맛을 한층 끌어올려줬다.


옆집에서 넘어와 우리 집 마당에서 보이던 스타프루트
이모가 스타프루트로 담근 동치미. 감칠맛이 일품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로는 이따금, 그 정신이 번쩍 들 만큼 강렬한 신맛과 별처럼 사랑스러운 모양새가 그리워진다. 그건 단지 과일의 맛이 아니라, 어느 뜨거운 나라에서 보냈던 나의 반짝였던 한때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요마카세] 토요일 : 색도 맛도 화려한 열대과일들

작가 : 열대과일러버

소개 : 열대과일 직접 맛보고 즐기고 그립니다 (But 여름h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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