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가장 놀라운 건 아이들의 인간관계다. 아이들의 대화는 마치 교과서 영어지문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단순하고 순수하다. 현서와 민준이는 지난주에 티격태격했다. 하지만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둘은 다시 서로를 꼭 끌어안으며 친구가 된다. 오늘은 단짝이었지만, 다음 주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남처럼 지낸다.
정민이와 재희가 장난치다 나에게 쫄래쫄래 다가와 이렇게 말을 한다. “선생님, 정민이가 저 때렸는데 미안하다고 안 했어요!” 그러자 정민이는 빠르게 사과하며, 재희는 미소를 지으며 “괜찮아”라고 답한다. 그리고 두 친구는 다시 손을 잡고 웃으면서 놀기 시작한다.
“저렇게 본인한테 화를 내고도 친구를 한다고?”
“저렇게 바로 사과하고 괜찮다고 한다고?”
복잡하고 엉켜있는 어른의 관계에 익숙해지는 나는 이런 이상적인 관계가 그저 신기할 뿐이다. 어른이 되어 살면서, 우리는 때로는 화해와 사과가 얼마나 어려운지, 왜 그리 오래 걸리는지를 되돌아보게 된다. 왜 우리는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워하고, 왜 자꾸 과거의 감정을 붙잡고 놓지 못하는 걸까?
아이들의 단순하고도 명쾌한 방식은 어른들에게 필요하다. 이미 각자의 세상으로 가득 채운 머리와 입술로 네가 맞나, 내가 맞나 따진다. 오만함이 먼저 나온다. 결국 해결보다는 나의 입장만 늘어놓기 쉽다. 사과보다는 나의 논리가 맞는지 백번 따지며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아이들은 감정을 빠르게 풀어내고 다시 웃으며 시작한다.
“미안해”
“괜찮아”
아이들이 보여주는 인간관계는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는 진심과 용서, 그리고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아이들의 마음을 늘 기억해야 되는 이유다.
[요마카세] 목요일 : 어린이의 위로
작가 : 아리
소개 : 어쩌다 조카 3명과 살게 된 싱글레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