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한 해가 다 간 것이다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문화생활에도 때와 계절이 있다
계절이 바뀌는 것을 체감하게 되는 계기나 방식은 사람마다 전부 다르다. 문득 마신 공기에 건조하고 서늘한 냄새가 섞여 들어오는 것으로 겨울을 알게 되기도 하고, 갑자기 바뀐 날씨에 24 절기를 확인하고는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하기도 한다.
나는 보통 전시나 문화행사를 기준으로 한 해가 얼마나 갔는지를 확인하곤 한다. 전시나 문화행사를 꽤 열심히 즐긴 지 수년이 되어가니 이제 나름의 주기와 사이클이 몸에 익었기 때문이다. 대략 이쯤 되면 뭔가를 했더랬지,라는 느낌이 있다. 그리고 그 감각은 내게는 꽤 정확하고 적절하다.
사실 전시만 보는 게 아니다 보니(영화제도 다니고 뮤직 페스티벌도 다니고 여러 박람회도 다니고 그렇습니다.) 한 해가 쉴 틈 없이 지나가는 느낌이다. 혹시나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할 게 없어 심심한 분이 계신다면, 그분께 이 문화생활로 절여진 사람의 한 해 나기 방식이 나쁘지 않은 주말 스케줄 조언이 되어줄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아래에 소개한 내용은 개인적인 경험에 따른 것으로,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음을 미리 밝힙니다. 때로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전시가 없어지거나 1~2개월 정도의 일정 조정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1월 ~ 2월 : 지난해의 끄나풀 붙잡기
- 1월이나 2월에 새로 개막하는 전시들도 있지만, 큰 규모의 미술관인 경우 보통 그전 해에 개막한 전시가 아직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 그래서 곧 다가올 전시 교체(보통 2월 말~3월쯤)를 앞두고 열심히 폐막 예정 전시를 보러 다녀야 하므로 매우 바쁘다. 특히 2월은 정말 매주 전시 차력쇼를 달릴 수밖에 없다.
- 새로이 개막하는 전시라면, 전년도 지원사업에 대한 성과 보고형 전시이거나, 매해 전시기관에서 선정해 조명하는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일 확률이 높다. (이런 전시는 상반기까지도 계속 산발적으로 진행된다) 개인적으로 이런 전시들은 예술계에서 어떤 주제에 집중하고 있는지, 어떤 담론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오가는지, 요즘 ‘유행’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폭넓게 확인하기 좋아서, 큐레이션에 마음이 가는 미술관/갤러리의 경우 꼭 챙겨 보려는 편이다.
3월 : 전시 교체의 달, 진짜_새해_FINAL.png
- 아무래도 3월에 새 학년이 시작되는 대한민국의 학제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본능적으로 3월부터는 ‘진짜 새해’라고 느끼기 마련이다. 실제로도 3월은 전시 교체의 달(당연히 비공식임)이고, 3월에 새로이 시작하는 전시가 꽤 많다. (그래서 정말 바빠진다)
-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미술관은 전시를 하나 열면 2~3개월 정도를 진행하는데, 여러 미술관의 개막/폐막 기간의 모든 최소공배수가 얼추 맞아떨어지는 시점이 대략 3월 혹은 9월쯤인 것 같다.
-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 전시가 마무리된다. 수상자가 선정되고, 연계 프로그램도 막을 내리고, 관내 서점에 비치된 도록 샘플도 조금씩 너덜거리게 되는 것이다. 전년도 올해의 작가상 전시가 끝나면 정말, 정말로 부정할 수 없는 새해가 되는 것이다…
- 슬금슬금 겨울이 지나 사람들이 많이 활동하기 시작하는 해인만큼, 문화예술계 전반에 다양한 페어나 포럼이 열리게 된다. 전시도 보고 강연이나 세미나도 들으러 다니다 보면 한두 달쯤은 훌쩍 지나가 버린다.
4월 : ‘딴짓’하며 잠깐 숨 돌리기
- 2~3월에 개막한 전시를 전부 봤다면, 4월쯤에는 이미 큰 규모의 전시들은 본 상태일지도 모르겠다. 그야말로 ‘딴짓’을 하기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
- 작은 갤러리들의 소규모 전시를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전시 기간이 짧으니 아트페어 혹은 그룹전을 통해 눈여겨본 작가가 있었다면 부지런히 찾아볼 것. 간혹 깜짝 놀랄 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의 전시가 깜짝 놀랄 만큼 소소한 규모로 진행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특히 한국에 분원을 둔 해외 갤러리 혹은 도산공원 인근이라거나..) 관심 있는 갤러리나 미술관이 있다면 SNS 계정이나 뉴스레터를 미리 팔로우해 두고 일정을 놓치지 않도록 유의한다.
- 혹은 전시를 보러 다니느라 미뤄 온 일들을 처리하거나 친구들을 만나기도 한다. 이때는 공연도 정말 많이 열린다. 눈에만 좋은 것 주지 말고 가끔은 귀에도 좋은 것 주기. 삶이 더욱 풍부해진다.
- 벚꽃도 휘날리고, 본격적으로 따뜻해지는 시점인 만큼 순간의 즐거움을 즐기는 것도 좋다.
5월 : 문화생활 절임으로 무르익는 달
- 3월에 개막한 전시가 슬쩍 마무리되고 그다음 전시가 슬슬 개막하기 시작한다. 한숨 돌린 4월이 지나면 또다시 바빠지는 타이밍이다. 4월 중순부터 개막하는 전시도 은근히 많기 때문에 잘 챙겨야 한다.
- 개인적으로 5월 첫 주는 전주국제영화제(JIFF)를 위해 비워두는 편이다. 2022년부터 가기 시작했는데,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진주를 발굴하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부대행사인 포스터 전시(100 films 100 posters)가 너무 좋아 다니기 시작했다가, 흐드러진 이팝나무와 축제로 달뜬 도시의 분위기, 그리고 귀한 영화들이 남긴 너무 좋은 기억들이 많아 이제는 매년 챙기는 행사가 되었다.
- 서울국제도서전도 이쯤 한다. (올해는 6월로 미뤄졌지만) 그 외에도 소규모 독립 출판 행사들이 쏟아지는 달이다. 많이 다니다 보면 이제 나 혼자 내적 친밀감 쌓은 작가님들도 생긴다. (당연히 그분들은 나를 모른다) 영화제 다니는 사람이 북페어도 가고 미술관도 가고 뭐 그런 거 아니겠나 싶다.
6월 :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의 달
- 그렇다고 6월에 전시를 안 본다는 것은 아니지만. (잠깐이라도 짬 내서 혹은 주중 야간 개장을 애용한다)
- 5월부터 시작된 뮤직 페스티벌 릴레이는 6월이 되면 완전히 정점에 달한다. 매주 연달아 뮤직 페스티벌이 개최돼, 기간이 겹쳐 눈물겨운 선택을 해야 하거나 아예 가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 따가워질 만큼 목덜미가 그을린 당신, 아주 멋진 초여름을 보냈군요.
7월 ~ 8월 : 미술관은 진짜 유명한 피서지임
- 몹시도 덥고 습해진다.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스스로와의 싸움이 된다. 잠깐 나가는 것 하나 때문에 자꾸 그 외출의 가치와 효용에 대해 질문하며 스스로와 타협하게 된다.
- 그렇기에 냉방이 빵빵하고 쾌적한 미술관만이 나의 유일한 안식처가 된다. 마침, 7~8월은 미술관마다 야심 차게 준비한 기획전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손풍기, 기후동행카드만 있다면 최고의 여름을 보낼 수 있다.
- 휴가철인만큼 비서울 지역의 미술관을 휴가 핑계로 탐방할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특히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광주비엔날레는 전 세계의 다채로운 작품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기회인 만큼 놓칠 수 없다. 청주, 광주, 대구, 부산, 제주 등 각지에서 이루어지는 훌륭한 전시를 관람하며, 나의 편협한 서울 중심적 사고를 반성해 본다.
- 올해부터는 BIFAN(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 추가될 예정이다. 아직 안 가봐서 무어라 덧붙이긴 어렵지만, 흥미로운 작품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9월 : 또다시 전시 교체의 달
- 여름이 반환점을 돌아 한풀 꺾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수많은 전시가 새로이 열린다. 9월 혹은 10월에는 추석 연휴나 개천절 등 이벤트성 휴일이 있기 때문에 이때를 잘 노려 전시가 밀리지 않도록 유의한다.
- 100 Beste Plakate 전시가 열린다. 독일어권 국가(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의 훌륭한 포스터 100개를 선정해 모은 전시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이 전시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다.
- 9~10월은 가을인 만큼 북페어가 전국적으로 우르르 열린다. 대표적으로 퍼블리셔스테이블이 있다.(매년 개최 날짜가 달라지는 것 같긴 하지만 평균을 내보자면 보통 가을에 열렸다) 비교적 규모가 큰 행사는 완성도 높고 세련된 작업을 구경할 수 있어 좋고, 규모가 작은 행사는 날것의 개성을 만끽할 수 있어 좋다.
- 이제는 아니지만,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현대자동차 후원 전시가 개막하는 시기였다. (현대자동차와의 10년 업무협약이 만료되었고, 이제는 프로젝트 해시태그 전시를 후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현대차 전시를 통해 너무 즐거운 경험을 많이 했던 탓에 내심 아쉽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다.
-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미디어시티비엔날레가 2년에 한 번씩 열린다. 유명 작가의 최근작 혹은 요즘 가장 주목받는 작가들의 묵직한 작품들이 미술관을 가득 채운다. 이 전시에서 본 작품들은 국내 혹은 전 세계 어떤 전시를 보더라도 꼭 한두 번씩은 마주치게 된다. 시간을 오래 들이더라도 꼭 챙겨 보려고 한다.
10월 ~ 11월 : 한 해를 보낼 준비하기
-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올해의 작가상’, ‘프로젝트 해시태그’ 전시가 열린다. 진짜로 한 해가 다 가버린 것이다.
- 이처럼 슬슬 그 해를 마무리하는 성과 보고성 전시가 개막하기 시작한다.
- 국내 최대 독립 출판 페어인 언리미티드에디션이 개최된다. 경력이 긴 유명한 스튜디오나 디자이너, 출판사, 해외 출판사 등이 대거 참가하기 때문에 정말 ‘짬바’가 느껴지는 놀라운 퀄리티의 작업물들을 실컷 구경할 수 있다. 소비를 참을 수 없는 행사이다. 체력 좋은 친구와 인터미션을 두고 꼭꼭 씹어먹듯 하루 종일 머무르며 관람한다. 매년 쌓이는 부직포 가방(입장만 해도 무료로 나눠준다)을 보면 괜스레 독립 출판 시장에 크게 이바지한 것만 같아 흐뭇하다.
12월 : 돌아보며 잠깐 쉬어가기
- 연말이 다가온다. 약속이 쏟아진다. 전시는 끝나도 인생은 계속되기 때문에 사회활동에 집중한다. (전시 보느라 못 만난 친구들 몰아서 만난다는 뜻)
- 연말인 만큼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판매하는 페어도 많이 열린다. 최근 2년간 문화역 284에서 열린 페어의 큐레이션이 상당히 화제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 디자이너로서 예의(?)를 갖추듯 매년 가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 열린다. 그해 디자인 업계에서 가장 논의가 많이 된 주제 혹은 유행을 빠르게 확인하기 좋다. 학생이거나 경력이 5년 이하인 신진 디자이너를 선발해 부스를 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이 유명하다.
이렇게 바쁘게 1년을 보내면 또다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 반복 속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변주가 있어 지루했던 적은 없었다. 돌이켜보면 그게 꼭 전시가 아니더라도 매년 한 해를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 채워 빈틈없이 보냈다. 일정이 없는 가장 빠른 주말을 물어보면 캘린더를 두세 장 정도 넘겨야 하는 일상도 꽤 오래된 것 같다. 가짜로 바쁜 사람은 ‘곧 바빠진다’고 말하고, 진짜로 바쁜 사람은 ‘곧 한가해진다’고 말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나는 언제나 후자였던 것 같다.
하지만 ‘바쁨’의 원동력은 이 ‘바쁨’에서 온다는 점은 언제나 흥미롭다. 스스로 힘을 내는 것이니 무한동력인 셈이다. 다시 말하자면 좋아하는 것으로 쌓아 올린 나만의 세계가 내게 안식처가 되어 주기 때문에 나는 그 안에서 안정과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에서 원하는 만큼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인간관계가 마음만큼 잘 되지 않아 일상에 지진이 찾아오더라도, 온전히 내가 선택한 것들로 가득 채워진 나만의 세계는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되어 준다. 맡은 프로젝트가 너무 고되어 지치더라도 곧 다가올 연휴를 영화제로 채울 수 있어 괜찮고, 말과 사람에 지쳤을 때 내게 말없이 바로 마음으로 다가오는 작품들이 있기에 괜찮아진다. 어제 다녀온 록 페스티벌에서 알게 된 아티스트의 음악을 출근길에 들으며 오늘의 괴로운 회의를 버틸 힘을 얻고, 가방 속에는 퇴근길에 읽을 독립출판 페어에서 산 책이 있기 때문에 오늘을 잘 이겨낼 수 있게 된다.
아마 지금처럼 전시를 열심히 보러 다니는 것이 영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의 상황이 변화한다면 그에 맞게 1년을 채우는 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계속해서 나의 뿌리로 남아있는 이상, 그 어떤 변화에도 나름대로 균형을 맞춰 가며 적응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러니까 이 사이클은, 무엇이든 확언할 수 없는 미래를 대비하는 나름의 내진설계일지도 모른다.
라고 멋지게 포장하며 글을 마무리해 본다. 문득 인생 살다가 심심하시면 여기 적힌 거 아무거나 한번 해 보셔요.
[코너 속 코너] 지금 당장 보러 갈 만한 전시를 추천해 드립니다
<강명희 - 방문 Visit>,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중구 덕수궁길 61), 6월 8일까지
정동길 끝자락에 숨겨진 아름다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이하 ‘SeMA 서소문본관’)에서 진행되는 강명희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을 추천합니다.
보통 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개인전의 경우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연대기적 순서로 배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전시는 작가의 가장 최신작과 그 최신작과 연결되는 작품들을 주제와 의식의 흐름에 따라 소개합니다.
입구에 걸린 대형 작품은 SeMA 서소문본관 건물의 분위기를 압도합니다. 아주 정중한 인사를 건네받는 느낌이 듭니다. 전시장 내부도 상당히 개방감 있는 공간인데, 그 벽을 가득 채우는 대형 작품들을 먼저 만나게 됩니다. 꿈꾸는 듯한 색감의 비정형적인 형태로 가득 채워진 그림들을 하나하나 훑어보며 가까이 또 멀리, 산책하며 여행하듯 관람해 보세요. 자연에서 비롯되지 않았을 것만 같은 알록달록한 색감을 눈에 담다 보면, 강명희 작가가 여행 중 어떤 풍경을 마주했을지 궁금해지다가, 이내 그 풍경 속에 함께 물드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작품 일부를 클로즈업하여 찍었습니다. 멀리서 봐도, 가까이서 봐도 하나같이 아름답습니다. 일부 작품에는 반짝이는 질감으로 마감이 된 부분들이 있는데, 그 반짝임을 놓치지 말고, 꼭 마주하시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체적으로 한번 본 다음 다시 들어가서 마음에 들었던 작품만을 또 훑어보는 방식으로 여러 번 훑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작가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를 되새기다 보면 작품과 작품이 긴 시간축을 뛰어넘어 함께 연결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쁘고 지친 직장인을 위한 꿀팁. SeMA 서소문본관은 매주 금요일에 오후 9시까지 야간 개장을 진행합니다. 평일(화~금)에도 오후 8시까지 열리기 때문에, 직장이 멀지 않다면 퇴근 후에도 갈 만하지요. 이제 반소매 옷을 입을 때가 된 만큼, 인근 콩국수 맛집에서 행복한 저녁 식사를 즐긴 다음 강명희 작가와 함께 세계 여행을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요마카세] 토요일 : 전시 왜 봐?
작가 : GARDEN
소개 : 주말마다(사실 평일에도..) 전시를 보러 다니는 직장인의 전시 보는 이야기입니다. ‘전시 왜 봐?’라는 질문에 짧게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무엇을 상상해도, 무엇이 펼쳐져도 이상하지 않은 공간, 미술관에서 보낸 시간들을 글로 풀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