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최근 새로 일을 시작했다. 음악과 토크가 어우러지는 일명, 음악토크쇼. 오늘의 게스트를 소개하는 오프닝 스테이지, 과거가 되어버린 어느 순간의 짙은 향수를 불러일으키거나 평소 즐겨 듣는 음악을 소개하고 그 이유까지 들어보는 플레이리스트 스테이지, 그리고 인생의 변곡점을 짚어보는 인생 그래프 스테이지까지. 이 같이 세 개의 터널을 함께 지나며, 한 사람 혹은 한 팀 되는 아티스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다.
이제 막 두 번의 촬영을 끝마치며 다섯 팀의 아티스트를 만났다. 그중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데뷔 직전의 보이 그룹을 제외하면(그들은 이제 인생그래프의 출발선에 서 있으니 제외하겠다) 네 팀의 아티스트가 뚜벅뚜벅 걸어온 시간을 톺아보았는데.
가수 혹은 배우라는 이름으로 아티스트라 묶이고, 방송이라는 동종 업계에 속해 있다는 공통분모는 그들이 걸어온 시간의 길이와 짊어지고 털어내기를 반복했던 삶의 무게에 비해 터무니없이 작고도 사소한 것에 불과하다. 타고난 재능도, 재능을 발견한 타이밍도, 재능과 노력, 운이라는 서로 다른 손바닥들이 맞부딪혀 기회라는 박수 소리를 내며 재능이 빛을 발한 순간과 모양이 어찌 그리 제각각일 수 있을까. 60억 인구가 존재하는 한 60억 가지의 삶의 모습이 있다는 말은 허황된 과장이 아니라 현실이고, 현재였음을 인생 그래프 스테이지를 통해 보고 듣고 느낀다.
그렇게 무수한 다름 속에서 한 가지 공통된 사실을 발견한다. 아티스트가 저마다 그리는 인생 그래프의 모양새가 ‘우상향’이라는 것이다. 때마다의 아픔과 시련, 슬픔과 고통 또 정반대의 성취와 성공, 결실들은 롤러코스터의 레일을 자처하며 인생의 굴곡을 만들어 왔다. 인생의 최저점 혹은 최고점을 저 맘대로 찍으며 말이다. 그런데 그 시기들이 점으로 시작하여, 점으로 끝나지 않고 지금이라는 현재 시점으로 이어지는 선이 되어 있었다. 심지어 ‘우상향’의 모양새로 가는 길목에 있는. 그 사실은 꽤나 위로가 되어 마음을 용광로로 만들어버렸다.
나는 무슨 쓸모일까 답을 찾지 못해 밤잠을 설치고, 지금의 내가 전부일까 두려워 다가오는 미래에 몸서리치며, 세상에 도움은커녕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만 같아 숨 막히던 시절, 딱히 가진 것도 없었지만 텅 비워진 공허함에 세상이 잿빛이었던 시절. 그토록 어두운 시간이 존재했고, 여전히 그때를 떠올리면 마음 시리도록 아프지만 누군가 나에게 인생 그래프를 그려보라고 펜과 종이를 내어준다면, 나 또한 우상향의 그래프를 그리고 있을 것만 같다.
우상향이란,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상승한다는 것. 즉, 가치가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가. 모양새도, 경사도도 저마다 모두 다르지만 아티스트들이 그린 우상향의 그래프를 보며 생각한다. 여전히 살아있다면 지난한 어둠의 시절도 밝아 보일 수 있겠구나. 여전히 살아있다면 한발 내딛기조차 아팠던 가시밭길 위의 나를 기꺼이 업어줄 수 있겠구나. 여전히 살아있다면 삶 비극마저도 애틋해지겠구나. 그렇게 살아 있는 것만으로, 살아 내는 것만으로 우상향을 그려나갈 인생 그래프에 위로를 받았다.
작품명: 절찬리 기록 중
작가명: 세렌디피티
소개: 쓰고자 하는 마음에 사로 잡히다가, 이제는 쓰고자 하는 마음을 붙잡아 놓질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 버렸습니다. 무엇이든, 어찌 됐든 계속해서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쓰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