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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세 번째 챕터를 맞이하며

by 흐름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1월,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참 좋은 때이다. 깊어져 가는 추위에 몸은 움츠려 들어도, 무언가를 시작하겠다는 의지와 열정으로 마음만은 기개를 펴고 당당해지는 그런 달. 지키지 못한 스스로의 다짐과 약속들로 후회 가득한 시간들과 조금은 가볍게 이별할 수 있는 그런 때였다.


“요즘 뭐 해?” 오랜만에 만난 요마카세 주인장 루루가 물어온다. “요즘 쉬고 있어요”. 오랜만에 만나 그저 주고받는 안부 정도로 마무리되겠지 싶었던 대화였다. 그런데 대화의 운전대를 잡고 있던 루루는 급하게 드리프트를 걸어 대화의 방향을 바꾸었다. “혜수 그럼 글 써보지 않을래?”라는 제안과 함께 요마카세에 함께 하자고 한다. 마치 정처 없이 걸어가던 나를 불러 세워 “야, 타!”라고 외치는 멋진 언니가 찾아온 것이다. 옆자리에 탈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너무 갑자기 찾아왔다.


부담 갖지 않아도 돼. 길지 않아도 돼. 완성하지 못해도 돼. 쓰다 만 채로 올려도 돼. 고민의 무게를 덜어주려는 것일까. 시작에 겁먹지 말라고, 옆자리에 타기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다독여주는 말들에 없던 용기라는 씨앗의 태동을 느꼈다. 동시에 올해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계속 쓰자는 반복되는 새해 결심을 견인해 줄 이유를 만난 듯 반갑기도 했다. 평소 같으면 겁도 많고 생각도 많은 사람인지라 고민해 보겠다며 선택을 유보했을 텐데 답지 않게 우선 저질러보자는 심산으로 ‘해보겠다’ 답한다.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데 그저 야, 타!라는 언니의 외침만 믿고 옆자리에 올라타본다. 그렇게 요마카세를 시작했다.


그렇게 한 주, 두 주가 흘렀고 총 10주씩 두 번의 챕터를 끝내고 세 번째 챕터정도로 마무리되겠지 싶었던 대화였다. 그런데 대화의 운전대를 잡고 있던 루루는 급하게 드리프트를 걸어 대화의 방향을 바꾸었다. “혜수 그럼 글 써보지 않을래?”라는 제안과 함께 요마카세에 함께 하자고 한다. 마치 정처 없이 걸어가던 나를 불러 세워 “야, 타!”라고 외치는 멋진 언니가 찾아온 것이다. 옆자리에 탈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너무 갑자기 찾아왔다.


부담 갖지 않아도 돼. 길지 않아도 돼. 완성하지 못해도 돼. 쓰다 만 채로 올려도 돼. 고민의 무게를 덜어주려는 것일까. 시작에 겁먹지 말라고, 옆자리에 타기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다독여주는 말들에 없던 용기라는 씨앗의 태동을 느꼈다. 동시에 올해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계속 쓰자는 반복되는 새해 결심을 견인해 줄 이유를 만난 듯 반갑기도 했다. 평소 같으면 겁도 많고 생각도 많은 사람인지라 고민해 보겠다며 선택을 유보했을 텐데 답지 않게 우선 저질러보자는 심산으로 ‘해보겠다’ 답한다.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데 그저 야, 타!라는 언니의 외침만 믿고 옆자리에 올라타본다. 그렇게 요마카세를 시작했다.


그렇게 한 주, 두 주가 흘렀고 총 10주씩 두 번의 챕터를 끝내고 세 번째 챕터를 시작했다. 끝나고 시작할 때마다 물어온다. “계속할 거야?”


매번 무슨 글을 쓸까 소재를 고민하고, 깜빡이는 커서르만 바라보다 가운데로 몰리는 눈동자에 초점이 흐려지고, 단어와 문장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애먼 백스페이스만 꾹꾹 누르면서 ‘쓴다는(write)것의 쓴 맛(bitter)’에 괴롭지만, 계속하고 싶다고 이내 답한다.


(매주 쓰지 못할 때도 있지만) 매주 연재글을 쓰고 있다 말하면 주변 사람들은 묻는다. 그거 쓰면 돈 받아? 돈 벌어? 얼마나 벌어? 혹시나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궁금해하실 분들이 있을까. 이 글을 통해 답한다. 애석하게도 한 푼도 받지 않는다. 한 푼도 벌지 못한다 가끔은 우리의 행동과 실천이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무언가로 치환될 때, 비로소 가치 있는 것이라고 여겨질 때면 적지 않은 씁쓸함이 파도가 밀려온다. 나조차도 그럴 때가 분명 있다. 이게 나에게 무슨 실익을 가져다 주지? 서둘러 계산기를 두드리는 나니까.


그러나 물질로 값어치를 매길 수도 있지만 물질만으로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오히려 값을 매김으로써 의미와 가치가 퇴색되는 것들도 있다. 나에게 요마카세는 후자다.


요마카세는 나에게 “지속할 수 있는 이유”가 되어준다. 바쁘다,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갖가지의 이유를 대면서 쉽게 포기해버리거나 이유조차 없이 미루고 외면하기 쉬운 스스로의 다짐과 약속들을 지켜낼 수 있도록 지탱해 준다. 요마카세는 ‘글 쓰는 나’라는 나무의 뿌리와 같다. 그 뿌리 덕분에 이번 주는, 다음 주는 무엇을 쓸까 치열한 고민이라는 양분을 먹는다. 지난날을 오늘의 나를 조금 더 유심히 들여다보는 기민함이 자라난다. 그리고 무엇보다 1월부터 5월까지, 4개월 간 17개의 글이라는 열매를 맺고 있지 않은가.


요마카세라는 덕분에 어찌 됐든 무엇이든 계속 쓰고 있고 계속 쓰겠다고 다짐한다. 이전에는 확신하지 못했던 계속 쓰게 될 나를 믿고 기대하기까지 한다. 요마카세는 매주 쌓이는 인생 복리의 자산이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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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마카세] 화요일: 절찬리 기록 중

작가명: 세렌디피티

소개: 쓰고자 하는 마음에 사로 잡히다가, 이제는 쓰고자 하는 마음을 붙잡아 놓질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 버렸습니다. 무엇이든, 어찌 됐든 계속해서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쓰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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