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나에게는 취미가 있다. 바로 사진 찍기.
스물 한 살, 카페에서 알바하며 모은 돈으로 중고 캐논 카메라를 샀다. 일단 큰 맘 먹고 장만은 했지만, 막상 내 손에 들어오니 ISO니 조리개니 셔터스피드니… 공부할 게 많아 이것 저것 만져보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찍어보며 시작된 나의 취미다.
나의 오른 눈동자 가까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가져다대면 평범한 일상도 조금 다르게 보였다. 무심코 지나쳤을 순간도 뷰파인더를 통하면 꼭 기록해야 할 장면처럼 보였다.
…라고 적어보지만 사실 민망하다. 그 흥미는 6개월도 채 가지 못 했고, 나의 사랑스럽던 카메라는 어느새 장롱 속 어둠 속으로. 이제는 내가 어딘가 멀리 떠나야만, 아주 간헐적으로 세상 구경을 할 수 있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사진이 취미예요’라고 말하기엔 부끄러워서, 앞에 ‘간헐적’이라는 단어를 붙여본다. 근데 이제 그 ‘간헐적’의 주기도 굉장히 긴.
최근에도 한 번, 카메라에게 바람 좀 쐬게 해줬다. 오랜만에 장롱 탈출이다. 이번엔 우리 이모 사는 나고야로. 카메라의 장롱 탈출이라 포장하지만, 실은 나의 일상 탈출이었다. 나의 탈출에, 나의 카메라가 함께해준 것이다.
그간 너무 무심했으니, 이번 여행에서 찍은 사진들을 글로 엮어보려 한다. 나의 귀엽고 불쌍한 카메라가 낳은 사진들을 이번엔 조금이라도 특별하게 대우해주기로. 원래는 “여행기” 같은 걸 써보고 싶었지만, 나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그 세 글자를 감당할 수 없어 “기록”쯤으로 둔다.
수려한 필력도 멋드러진 사진도 없이 나의 깜찍한 글과 사진을 세상에 꺼내보이는 것이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작가’라는 이름표가 내 이름 뒤에 붙는다는 건 꽤나 신나는 일이다. 나의 글과 사진이 읽는 누군가에게 자그마한 느낌표라도 닿을 수 있기를!
[요마카세] 목요일 : 간헐적 포토그래퍼의 나고야 기록
작가: 샨샨
소개: 아주 가끔 사진 찍는 사람. 그래도 찍을 땐 나름 진심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