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평범한 삶을 꿈꾼 적 없지만 평범한 삶에 조금씩 적응하고 안정적인 삶으로 걸어가던 나에게는 넘어지더라도 앉아서 쉴 수 있는, 이 길이 맞는지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줄 돌부리 같은 것이 필요했다.
그렇게 나에게 찾아온 돌부리는 서핑이었다. 평소 국내 해외 할 것 없이 휴양지 여행보다는 도시여행을 즐기며, 새로운 놀거리와 문화 그리고 쇼핑을 즐기던 나는 재작년 강원도 고성으로 처음 서핑을 하러 떠났다. 한적한 분위기와 파도 소리 그리고 바다 위에서 밀려오는 파도만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다. 이때부터였나 바쁜 여행이나 바쁜 삶보다는 자유 그리고 여유를 찾고 싶어 했고, 내가 20대를 투자하며 만들어가고 있던 삶의 방향이 결국 내가 가고 싶은 목적지로 가는 방향이 아닐 수 도? 아니 목적지가 바뀐 건가? 난 결국 자유롭고 여유로운 삶을 아니 한량이 되어보기로 했다.
정주영 회장님의 ‘이봐 해 봤어?’라는 말을 참 좋아하던 내가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일단 해보던 내가 쉽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기에는 많은 망설임들이 있었다. 살아오면서 들었던 여러 가지 조언들 때문이었을까? 20대에는 경험하고, 30대에는 만들고, 40대에는 이룬다는 말을 틀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20대에는 다양한 일들과 경험을 해보았고, 생각보다는 이른 시기에 나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직업도 결정하게 되었다. 이제는 만들어 나아가야 할 30대가 된 지금의 나는 내가 20대에 결정한 자리에 삶을 모래성처럼 조금씩 쌓아나갈 시간이라고 생각했지만 난 튼튼하고 보기 좋은 모래성이 아닌 파도에 휩쓸려 다니며 조금 정신없고 어지러워도 어디로 갈지 모르는 모래알이 되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쌓아 올리던 모래성을 걷어차고, 퇴사를 결정했다.
서른, 누군가는 자리 잡고 결혼을 준비하고 아들에서 가장으로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나이. 최고를 위한 새로운 결정보단 이때까지의 경험 중 최선을 선택해 나아가야 할 나이. 내 생각은 달랐다. 지금 중학교에 입학해도 마흔이면 졸업을 하는 나이인데 난 입학은 하지 않았지만 오늘부터 중학생이다. 다시 최고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본다.
글을 써가는 와중에도 다른 선택을 하게 될지 생각이 바뀔지 현실에 벽에 부딪혀 다시 돌아갈지 알 수는 없다. 서른. 늦었다기에는 너무 젊고, 젊다기엔 겁이 많아진 나이 난 이때 모든 걸 놓아보기로 했다. 6/1부터 퇴사를 하게 된 나는 한량이다.
[요마카세] 일요일 : 한량 3십새
작가 : 인정
소개 : 고금리 행복대출 같은 삶, 나중 보다는 지금부터 행복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