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덜컹
왼 바퀴가 차가워진 것을 밟고 지나간다
이미 으스러진 것이 한 번 더 조각난다
무겁게 뜨끈히 비명을 지른다
집에서 집으로 가다가
스쳐 가는 낯선 이에게
내일을 무참히 빼앗긴다
죽음에 사죄할 새 없이 간다
너는 더 하지 못하는, 불편한 호흡을
나는 고른다
스-아
어린잎들이 햇살의 품속에서 흔들리며 자란다
새들의 도약처럼 바삐 춤을 춘다
부단히 영근 잎이 되며 그늘을 남긴다
해와 나무가 내어준 곳에 몸을 눕힌다
한낮에 우리는 눈을 맞추고, 목소리를 듣고,
몸을 붙이고, 글을 읽고, 눈물을 흘렸다
돌아가는 길 잔디 위에 누웠던 긴 시간을 잊고
밟히는 풀에게 알량한 미안함을 갖는다
쏴-아아
몽롱한, 꿈결, 파도
거뭇한, 지표, 바위
축축한, 얼굴, 모래
흐릿한, 악수, 안개
무엇을 품었는지 알 수 없는
6월의 하얀 하늘로부터 상상한다
선을 기다리는 종이일까?
둠
오래된 노래로 채운다
시끄러운 노래로 채운다
때때로 소리친다
마음 대신 노래로 채운다
혼자 듣는 노래로 채운다
때때로 웃는다
때때로 침묵한다
숨
오늘이 기억될까?
[요마카세] 일요일 : 드로잉하고 싶은 날
작가 : 명진
소개: 드로잉 작업을 하고, 동시대 미술 기반으로 전시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하루를 여행자로 살아가며 이를 글과 이미지로 남깁니다. 익숙했던 풍경, 인물, 행위를 낯설게 보고, 기억과 무의식에 떠도는 감정들을 마주해 봅니다. 어느 날은 부지런하고, 어느 날은 느긋하게 주변을 감각하고 나를 돌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