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너의 안녕을 사랑한다

by 흐름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생과 생이 만나 섞인다.

오지 않을 것 같은 해를 넘긴다.

모르는 이들의 모르는 삶을 나눈다.

짧은 낱말들이 적혀

문장이 되고 글이 된다.


서로의 안부를 챙긴다.

무엇을 느꼈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살아가는지 살고 싶은지

묻는다. 듣는다.

먹이고 먹일 수 있어

안도하고 기뻐하고

스스로 먹게 한다.


어떤 이는 좋은 예술가가 되기 전에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고민을 한다고 말한다.

어떤 이는 쓰이지 않는 순간에도 자신의 작업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한다.

어떤 이는 착한 사람이라 말해주는 다른 이들을 배반하지 않고 끝까지 속이겠다고 말한다.

어떤 이는 아이에게 주고 싶은 것들을 생각하며 아이가 자라는 하루하루를 적는다.

어떤 이는 닫힌 문을 뒤로하고 다음 문을 열어 진정으로 정진한다.

어떤 이는 매년 여름, 고국에서 가족과 친구들과 추억을 쌓는다.

어떤 이는 오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해하지 말라고 말한다.

어떤 이는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건 자신의 감정뿐이라 말한다.

어떤 이는 친구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며 글을 남긴다.

어떤 이는 어머니의 빈소를 찾아온 이들에게 미소를 짓는다.

어떤 이는 앞에 있는 이의 상심이 충분하도록 옛이야기를 이어간다.

어떤 이는 떠나가는 이를 응원한다.

어떤 이는 즐겁게 살겠다 말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운지 묻는다.

어떤 이는 눈을 또렷이 보고 사랑한다, 말한다.


우리는 어느 날은 그러지 못했다.

잠들지 못했다.

서로를 보지 못했다.

걸음을 맞출 수 없었고

할퀴고 외면했다.

곁에 없었다.

각자의 여백이

어떤 속도로 흐르는지

알지 못했다.

그렇게 여러 빈 걸음을 건너

다시 생과 생이 닿는다.


우리가 말한다.

오늘만큼은 편히 잘 수 있다.


목소리를 나눌 수 없는 긴 밤에도

너의 평안을 바란다.



[요마카세] 일요일 : 드로잉하고 싶은 날

작가 : 명진

소개: 드로잉 작업을 하고, 동시대 미술 기반으로 전시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하루를 여행자로 살아가며 이를 글과 이미지로 남깁니다. 익숙했던 풍경, 인물, 행위를 낯설게 보고, 기억과 무의식에 떠도는 감정들을 마주해 봅니다. 어느 날은 부지런하고, 어느 날은 느긋하게 주변을 감각하고 나를 돌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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